정부가 27일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에서 토지와 주택투기지역을 무더기로 지정한 것은 서울 강남과 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에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뉴타운, 행정도시, 공공기관 이전, 기업도시, 경제특구 등이 추진 중인 지역을 대거 토지와 주택 투기지역으로 지정, 국토 균형 개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발사업을 빙자한 부동산 투기도 저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더기 투기지역 지정 배경 정부가 토지와 주택투기지역을 대폭 늘린 것은 최근들어 급등하고 있는 부동산가격이 가장 큰 작용을 했다. 서울 강남과 분당 등 일부 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각종 개발사업을 등에 업고 확산될 경우 부동산 불안이 전국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4월 전국 땅값은 대부분의 지역이 안정세를 보였으나 개발이 추진되는 일부 지역의 영향으로 0.525% 올라 올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행정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군과 공주는 1.923%, 1.386%로 3월보다 오름폭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상승률이 높은 수준이고 수도권은 0.680%로 3월(0.377%)보다 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서울 땅값은 0.725%나 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다른 지역의 땅값 상승은 물론 주택 가격의 상승까지 부채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3개월 연속 전국토지가격이 상승하는 등 토지시장 동향이 전반적으로 불안하고 각종 개발사업의 영향으로 지가가 계속 오를 수 있어 토지투기지역을 대폭 늘렸다"며 "주택가격상승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토지가격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토지투기지역 50% 이상 증가..서울 대부분 투기지역 이날 회의로 토지투기지역은 기존의 41개에서 63개로 50% 이상 늘어났고 주택투기지역도 37곳에서 45곳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토지투기지역으로 중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은평구, 마포구, 동작구, 관악구 등 8개구가 추가돼 25개구 가운데 60%가 넘는 16개구가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이 땅을 거래할 때 내는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는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이게 된 것이다. 또 서울과 경기, 충청도에 집중됐던 주택투기지역도 부산 수영구, 대구의 동구.북구.수성구.달서구, 광주 광산구, 포항 북구 등이 편입돼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서울의 주택투기지역은 성동구가 새로 들어와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 마포구, 서초구, 영등포구, 용산구, 은평구, 금천구, 양천구, 동작구 등을 포함, 11개에서 12개로 늘어났다. ◆투기지역 외에 다른 대책없나..탄력세율 관심 토지와 주택투기지역이 늘어났지만 내년부터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가 점진적으로 확대돼 2007년부터 전면 시행되기 때문에 실거래가로 양도세가 부과되는 투기지역의 효과가 없어져 다른 대책이 나올 수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앞으로 투기지역지정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제도상으로는 실가 과세 외에 탄력세율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투기지역에 대한 양도세 탄력세율은 상하 15%여서 기본세율 9∼36%에 이를 더하면 세율이 최고 51%까지 올라가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투기지역에 대한 탄력세율 적용은 무거운 세금 부담으로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 "규제 단기적 효과에 그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토지.주택 투기지역을 무더기로 지정한 것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거래위축을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의 경우 무더기 투기 지역 지정이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 가격을 지속적으로 진정시키는 힘들 것으로 지적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투기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일단 거래가 위축되면서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뉴타운, 행정도시 건설 등의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은 가격 상승을 장기적으로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또 "이번 조치로 부동산 투기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가격 상승을 일시 중단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 이슈가 있는 곳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정부가 최근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규제책을 잇달아 쏟아내면서 시장에 내성이 생기고 있다"며 "정부의 잇따른 규제책으로 투자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도 크게 줄어 투기지역 지정이 과거만큼 효과를 거두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으로는 현재의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라며 "공급확대 등과 같은 시장의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현영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