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발력 집중력 창의력 기억력 분석력이 떨어진다. 우울해지고 짜증이 난다. 판단력이 저하되면서 공격성이 증가한다. 두통 소화불량 가슴앓이가 생긴다.' 잠이 부족할 때의 현상들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만 제대로 못자도 멍해진다. 평소보다 4시간 덜 자면 같은 상황에 대한 반응 속도가 45% 느려진다고도 한다. 잠이 모자라면 신진대사와 내분비 변화로 당뇨병 고혈압 기억상실 말초신경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에 이어 최근엔 수면 부족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농도를 낮춰 비만 확률을 높인다는 발표도 나왔다. 야간 근무가 암 발생과 관련있다는 설도 여기저기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잠은 성장호르몬 분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유치원에 간 사나이'를 보면 강력계 형사 킴블(아널드 슈워제네거)이 가짜 유치원 교사가 된 다음 원생들의 중요 일과인 낮잠 시간을 지키려 고심하거니와 애들을 시간 맞춰 재우는 건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장면이다. 성장기 아동에게 하루 9시간의 수면은 필수라고 하는 까닭일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도 잠을 설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벼(자포니카 중만생종) 콩 들깨 팥 조 옥수수 등 여름작물 대다수가 하루에 빛이 비치는 시간(일장)이 12시간 이하라야 개화와 출수(이삭이 팸)가 제때 이뤄지는 단일식물인데 밤새 불빛이 비치면 이런 조건이 깨져 생육에 지장을 받는다는 얘기다. 가로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지적돼온 가운데 이번엔 경남지역 농민들이 상가 입간판과 대형 광고판,가로등의 불빛 때문에 벼 보리 고추 호박 등이 웃자라거나 꽃이 늦게 피는 등 피해가 심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는 소식이다. 조도가 10∼1백럭스면 문제가 되는데 보름달이 가장 밝아봐야 0.3럭스인 반면 가로등 바로 밑은 30∼50럭스고,특히 2백50W짜리 나트륨 등은 45m까지 10럭스 이상 돼 그 안쪽에 심은 벼 들깨 등은 모두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야간 불빛으로 인한 문제 때문에 미국에선 92년부터 빛공해방지법을 제정하고 있다고 한다. 개발에 따라 생길 수밖에 없는 불빛이라 해도 가능한 한 식물을 재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듯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