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철 < 국민연금연구센터 소장 >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활용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논란은 기금운용의 장기적 투자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금을 운용함에 있어서 우선 전제가 돼야 할 것은 장기적인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목표달성에 적합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고 이에 따른 단기적 목표 설정과 함께 전술구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금운용의 목표는 기금의 특성에 맞는 현금흐름(cash flow)과 실현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의 특성을 보면 먼저 현금유입 측면에서의 연금보험료 수입은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게 되고,현금유출 측면에서의 연금급여 지출은 최초 지급액이 결정되는 시기에는 대체로 보험료 산정기준 소득을 토대로 결정되며,그 이후엔 전국 소비자물가 변동률에 연동해 결정되는 구조라 할수 있다. 결국 국민연금기금은 가입기간 중의 소득변동률과 연금급여 수급기간 중의 물가변동률의 영향을 받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함에 있어서 기금운용규정에 명시돼 있는 두 가지의 기금운용 원칙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첫번째 원칙은 기금운용은 연금재정의 안정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며 장기적인 운용수익률은 경상 경제성장률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모형(Solow)에 따르면 자본형성 등 경제구조가 최적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제는 장기 균형상태인 소위 황금률(golden rule)에 도달하게 된다. 황금률 상태에서는 소비로 측정된 사회적 후생은 극대화되며 경제성장률과 실질 이자율이 같아지는 특성을 갖는다.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시장이자율과 일치하게 되므로 장기 기금목표수익률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특히 이러한 국민연금기금 전체에 요구되는 목표수익률 설정은 향후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로 상징되는 선진국형 경제발전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전제할 때 큰 의미를 가진다. 한편 현행 수급불균형의 연금재정구조 개선에 기금운용이 일정부분 기여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에 일정부분(α)을 추가한 목표수익률을 상정해 볼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높은 초과수익(α)을 확보하려 할 경우 시장에 대한 기금투자의 중립성이 훼손되고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의 높은 투자비중이 요구돼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상당부분 해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기금투자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금의 장기 목표수익률은 최소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으로 하고 그동안의 기금운용 노하우와 국내외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금투자의 시장 중립성과 안정성을 후퇴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년 목표수익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 원칙은 연금재정의 장기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경제 및 자본시장 발전과 조화될수 있도록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확보하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기금운용의 기본철학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제도의 초기 단계로서 보험료 수입이 연금액 지출액을 크게 상회함에 따라 기금규모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상품별 절대 투자규모 및 투자대상 범위의 확대가 중요한 시기다. 이런 맥락에서 고용창출 등 산업연관 효과가 큰 사업이나 산업의 물류비용을 감소시켜 주는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성장동력 확보사업 등의 공공투자를 고려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공공투자는 수익률 위주의 접근보다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검토돼야 하기 때문에 사업의 투자규모는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 때 투자비중의 상한선(예,기금의 5% 이내)을 둬 그 이상의 투자규모는 허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 관점에서 공공투자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더라도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소득증대,성장잠재력 확충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장기적인 연금재정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