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앰네스티(AI)와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26일 이른바 `대테러전' 수행 과정에서 미군과 연합군이 저지른 각종 인권유린행위들을 규탄하고 미국에 대해 이중적인 인권 기준 적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AI는 이날 "무시된 인간 존엄성: `대테러전' 과정의 고문과 신뢰성"이란 제목의200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쿠바 관타나모 기지와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재소자 학대행위를 조사할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보고서는 소환권과 비밀정보 및 정보기구 자유접근권을 가진 위원회의 설립을촉구하고 이 기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적 전문가들을 위원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테레사 리처드슨 AI 대변인은 보고서 발표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양대 후보들이 의제로 다뤄야만 할만큼 중요한 문제이기때문에 선거 전 마지막 기회를 이용하려는 것"이라면서 "고문과 가혹행위, 인간의존엄성을 해치는 처우를 방지하는 것은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AI 보고서는 미국 정부에 법률로 고문을 명백히 규탄.금지하고 재소자들에 대한접근을 보장하며 비밀 구금 행위를 철폐하고 관련 국제협약을 비준하는 한편 희생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촉구했다. AI는 "미군 당국의 수사결과 재소자 학대행위가 아부 그라이브, 또는 소수의 병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미국의 `대테러전' 과 관련한 구금과조사 정책 및 절차 전반에 걸쳐, 또 모든 정부 기관과 모든 직급에 걸쳐 광범위하고독자적인 조사를 할 기구의 필요성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전세계를 경악시킨 아부 그라이브 재소자 학대 사진의 주인공 중 지금까지 처벌받은 것은 단 3명으로 이들은 8개월에서 8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다른2명의 재판은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처벌받은 군인중 최고위 직급은 8년형을 받은 이반 프레더릭 2등중사이고 이보다 상위 직급자는 기소되지 않았다. AI 보고서는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쌓으려 할 때는 이라크내 고문에 관한 AI의 보고서를 인용했지만 막상 미국 요원들이 관련되자 AI의 우려에 부인과 무시로 일관했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으면 고문이라고 불렀을 행위를 미국 요원들이 저질렀을 때는 고문이라고 부르기를 꺼려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고문과 가혹행위의 기준을 설정하는가 하면 이런 행위를금지하는 국제적 의무조항에 어긋나는 수사기법을 승인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군을 주축으로 한 아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이 불법 가택 수색과 불법 구금, 폭행 치사, 모욕, 잠안재우기 고문 등 각종 국제법위반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인권 전문가들은 연합군이 "인권에 관한 국제적 규범과 법률을 위반하고이중적인 기준을 마련해 도처에서 학대행위를 계속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인권 조사관들이 미군 수감시설에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언론 보도를 근거로 유엔 총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연합군 외에 아프간 당국도 인권 유린 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며 지방 소재 수감시설의 상황은 혐오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일부 여성들의 경우 범법사실이 없는데도 "법의 보호에서 벗어나노예같은 상황에 놓여 있으며 성적.신체적 학대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칠레의 한 좌파 정당연합체는 26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정부 관계자들을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내 학대행위의 책임자로 산티아고 고등법원에제소했다. 공산당과 인도주의당, 좌파혁명운동의 소송 대리인인 후안 엔리케 프리에토 변호사는 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방문차 부시 대통령이 칠레를방문할 때 그를 재판정에 세우기 원한다고 말했다. (런던.뉴욕 AP.로이터.dpa=연합뉴스) younng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