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 공중파 방송의 뉴스 앵커와 저녁 메인 뉴스가 거센 시대변화의 조류에 휩쓸려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최근 불거진 CBS의 `조작 문건 보도 파문'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월 스트리트 저널이 22일 보도했다. 저널은 에드워드 머로와 월터 크롱카이트 등 과거의 전설적인 TV 뉴스 앵커들은`세계 주요사의 기록자'로 명성을 누렸지만 위험부담과 비용은 작으면서도 수익성은더 높은 연성(軟性) 뉴스에 치중하는 방송사의 방침과 케이블 TV, 인터넷 등 새로운매체의 등장으로 지금의 저녁 메인 뉴스는 뚜렷하게 영향력이 쇠퇴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90년대 초까지 10% 안팎에 달했던 3대 공중파 방송의 저녁 메인뉴스 시청률은 5-7% 수준으로 뚝 떨어졌고 91년 1천360만명이었던 ABC의 `월드 뉴스 투나잇'시청자 수는 900만명으로 격감했다. 더욱이 방송사들이 보도 부문의 예산을 대폭 삭감한데다 위험이 뒤따르는 탐사보도를 꺼리고 있어 저녁 메인 뉴스가 지닌 영향력의 중대한 원천이었던 폭로성 특종보도도 위축돼 가고 있다. 토크쇼나 저명인사의 주변 이야기, 소비자 정보, 살인사건 재판과정 등 연성 이슈가 묵직한 정치, 사회 현안보다 더 시청자들의 입맛을 당기면서 저녁 메인 뉴스앵커 대신 NBC의 케이티 쿠릭이나 폭스 뉴스의 그레타 밴 서스테렌, MSNBC의 댄 에이브럼스 등 아침 뉴스쇼 진행자들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방송사는 제작비가 훨씬 싸게 먹히고 위험부담도 없는데다 수익성은 더 좋은 이런 연성뉴스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3대 공중파 방송의 저녁 메인 뉴스 연간 매출액이 1억달러에 그치고 있는 반면 NBC의 아침 뉴스쇼 `투데이' 매출액은 무려 5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와중에 터진 CBS의 `조작 문건' 파문으로 방송사들의 탐사보도 기피경향은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의 토드기틀린 교수는 "이 사건 이전에도 방송사들은 보도에 관해 큰 위험을 안기를 원하지않았지만 이후에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과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도 공중파 방송의 메인 뉴스에게는 도전요인이다. 이달초 끝난 공화당 전당대회 관련 보도에서는 케이블 방송인 폭스 뉴스가 3대 공중파를 모두 따돌리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3대 방송의 앵커진에 `젊은 피'가 부족하다는 점도 저녁 메인 뉴스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부시 대통령의 방위군 복무 비리 의혹에 관한 문건을보도했지만 이 문건이 가짜인 것으로 밝혀지자 사과성명을 냈던 CBS 앵커맨 댄 래더는 올해 72세이며 ABC의 피터 제닝스는 64세, NBC의 톰 브로코는 64세에 달해 모두은퇴설이 무성한 실정이다. 그러나 메인 앵커 자리가 보장된 젊은 `후계자'는 NBC의 브라이언 윌슨 뿐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과거에 공중파 TV 앵커맨들이 누렸던 권위와 명성은 재연될 것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