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선거비용과 비난전 난무 등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올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의 현역 상원의원이민주당과 공화당 대선후보의 선거광고에 모두 등장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존 매케인(애리조나주) 공화당 상원의원. 지난 2000년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조지 부시 현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매케인 의원은 최근 부시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를 청산하고 30일 있을 전당대회 개막식에서 연설을 계획하는 등 부시의 재선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그러나 해군 조종사 출신으로 베트남에서 5년여 동안 전쟁포로생활을 했던 전력이 말해주듯이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인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와도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동료 상원의원이던 케리 후보와 함께 베트남에 대한 무역금지조치를 해제하는 데 앞장섰으며 미국이 베트남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둘만의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이런 인연 때문에 양당의 선거관계자들은 매케인 의원을 자신들의 선거광고에잇달아 등장시키고 있다.

공화당은 케리 후보가 러닝메이트를 지명한 지난달부터 매케인 의원을 선거광고에 이용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케리 후보의 인생역정을 다룬 광고에 매케인 의원을 등장시켰다.

매케인 의원은 친(親)부시단체의 비방광고로 케리 후보가 곤욕을 치른 이번달에도 민주당 선고광고의 소재가 됐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마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이런 현상은매케인 의원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가 벌써부터 `포스트부시'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매케인 의원은 올해 대선의 성패를 가를 핵심변수 가운데 하나인 무당파를 포함해 다양한 색깔의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호감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양당이 집중공략하고 있는 공화당 지지자 중 중도파에 대해서도 매케인 의원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최근까지 자신이 양당의 선거광고에 모두 나오는 이런 이례적 현상에 대해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으며 사안별로 케리 후보의 입장을 지지하는모습도 보였다.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시와 연대를 공식화하면서 자신의모습을 더이상 선거광고에 사용하지 말라고 민주당측에 요구, 앞으로 민주당 선거광고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나온 선거광고만도 올해 대선이 남긴 또 하나의 이례적인 기록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뉴욕 AP=연합뉴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