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정부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된 인질7명이 석방됐다고 발표한데 대해 쿠웨이트 회사와 이집트 대사관 등이 이를 부인하고 나서는 등 인질사태를 둘러싼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질석방 협상에 핵심 중재자로 나섰던 이라크의 부족장이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히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된 인도인 3명 등 인질 7명을 고용하고 있는 쿠웨이트업체인 쿠웨이트 앤드 걸프 링크 트랜스포트(KGL)측은 1일 케냐 외무부가 인질석방소식을 발표한데 대해 "아직 석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GL의 라나 아부 자이나 대변인은 PTI 통신과의 회견에서 인질들이 모두 석방됐다고 발표한 칼론조 무요카 케냐 외무장관이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주재 이집트 대사관 역시 대사관 건물내에 석방된 인질이 한명도 없다면서 "인질 7명이 전원 이집트 대사관에 안전하게 있다"고 발표한 케냐 외무장관의발언을 전면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하는 직원은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며 우리는 인질들의 석방을위해 여전히 접촉하고 있고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도 마찬가지로 인질석방 소식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 아흐메드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케냐 정부의 발표 이후 "아직은 인질들의 석방 소식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바그다드와 쿠웨이트의 인도대사관 가운데한곳도 지금까지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라크 부족 지도자인 세이크 히삼 알-둘라이미가 인질석방 소식을 "전혀모르는 사실"이라고 밝힌데 이어 이번 협상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고 전격 선언, 인질석방 여부에 대한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그는 이날 협상포기 결정을 발표하면서 "KGL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협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면서 "회사측이 납치범들의 요구를 일부 들어줄려고 했던 기존의 입장을 오늘 완전히 바꿔버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 "오후 6시(현지시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협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이슬람 비밀군 사령관의 친서를 받았으며 이 경우 납치범들이 인질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친서에는 또 외국 정부와 대사관들이 이번 인질사태를 충분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쿠웨이트 업체가 이라크 점령을 직접 도왔다는 내용의 비난도 함께 들어 있었다고 둘라이미는 밝혔다.

이에 앞서 칼론조 무요카 케냐 외무장관은 나이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도와 이집트 등의 인질과 함께 케냐인 3명이 오늘 오후 무사히 석방된 것을 발표할 수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질들은 현재 바그다드 주재 이집트 대사관에서 안전하게 있으며케냐인 3명은 몇시간내에 쿠웨이트에 대기중인 주 사우디 아리비아 대사관 직원들에게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GL측은 둘라이미가 스스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번 협상에 나섰다고말했던 만큼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며 인질들도 석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