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사가 협상시작 59일만인 7일임단협에 전격 잠정합의, 현대차에 이어 `속전속결'로 교섭을 마무리했다.

이번 잠정합의안 도출은 98년말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이후 최단기 임단협 타결기록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등을 감안, 과거의 막무가내식 파업관행에서 벗어나 양측이 실리적으로 접점을 마련해 신노사문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노조 대표의 이사회 참여, 노조 지명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등노조 경영참여의 핵심부분을 배제시켜 경영권 방어를 얻어낸 반면 파격적인 임금인상과 생산계약직의 정규직화 추진, 노사징계위원회 사실조사위 노사동수 구성 등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그동안 재계에서 우려해 온 부분이어서 파장이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현대.기아차의 잇따른 조기타결로 GM대우차, 쌍용차의 교섭도 탄력을 받게될 지 주목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파장' = 기아차 노사는 생산계약직의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현재 광주공장에 800여명의 생산계약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비정규직 생산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으나 `신규인력 수요발생으로 정규직을 채용할 경우 근무중인 생산계약직을 우선 채용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봉합된 바 있어 이번 결정은 매우 파격적인 것이다.

특히 그동안 기업부담 가중 및 고용시장 유연성 악화 등을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적지않은 우려를 표명해 온 재계에서는 이번 기아차 노사의 잠정합의가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전체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 합의한 것이 아니고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생산계약직에 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임금면에서도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인 7만6천원 인상을 비롯, 성과급 200% + 생산판매 목표 달성 격려금 100% + IQS 목표달성 특별격려금 100% + 품질및 생산성 향상 격려금 6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또 비정규직 상여금의 경우 지난해 현대차가 임단협에서 합의한 수준과 동일하게 현재 500%에서 600%로 인상키로 했다.

◆노조, 무엇을 얻었나 = 기아차 노사는 이번 임단협에서 ▲임금 7만5천원(기본급 대비 6.2%) 인상 ▲제도개선 2만원 지급 ▲성과급 200%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 및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만원 ▲IQS(초기품질지수) 목표달성 특별격려금 100% 등에 합의했다.

기아차의 임금 인상분은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기본임금의 경우 노조의 당초 요구(10.5%. 12만6천100원)에 못미치지만 성과급은 노조 요구안(300%+α)을 오히려 상회, 전체적으로 노조가 요구한 수준 이상이다.

더구나 연월차 수당 및 상여금 적용 기준에서 기아차가 현대차의 조건을 상회하는데다 기아차는 퇴직금 누진제가 적용돼 같은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하면 기아차 생산직이 현대차보다 오히려 평균 연봉이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조 경영참여 요구의 주요 사항의 하나였던 노사동수 징계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징계위 사실 조사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사실조사위는 징계 사유가 조합활동으로 인한 경우에 한해 소집되는 것이긴 하나 인사가 회사의 고유권한임을 감안할 때 노조의 요구가 일정 부분 수용된 셈이어서 일각에서는 지난 98년 폐지된 노사동수의 징계위 부활의 `전초전'으로 해석하는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노사는 ▲자본 변동사항 발생시 조합에 사전통보 ▲공장폐쇄가 불가피할 경우 해외공장 우선폐쇄 ▲해외현지공장 또는 합작사로의 완성차.부품 국내 역수출 금지 등에 합의, 현대차 수준에 눈높이를 맞췄다.

◆회사, 경영권은 방어 = 회사측은 이번 임단협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노조는 당초 노조 대표의 이사회 참여 및 노조 지명 인사 1명의 사외이사 선임등 노조 경영참여의 핵심사항 관철을 고수했으나 교섭 과정에서 이를 철회했다.

또한 해외공장 설립시 계획단계에서부터 사전에 조합측과 합의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노조측의 양보를 이끌어내 경영사항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사수'했다.

징계위 사실조사위원회의 노사동수 구성과 조합원 고용보장으로 노조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해 낸 셈이다.

사실조사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도 조합활동에 의한 징계 사유 발생시에 한해 징계권에 대한 노조의 `입김'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회사측은 나머지 징계 사안에 대해서는 고유권한을 지켜냈다.

◆타 사업장에 미칠 영향 = 현대차에 이은 기아차 노사의 교섭 타결은 향후 다른 사업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눈높이'가 올라간 노조들이 현대.기아차 수준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커 부정적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현대.기아차의 협상 조기 매듭으로 다른 완성차 사업장의 협상 속도도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단 현대.기아차 노사가 완성차 노조의 공동요구안인 산업발전 및 사회발전 공헌기금 조성에 대한 `물꼬'를 트면서 다른 사업장 임단협의 큰 걸림돌 하나는 제거된 셈이다.

이밖에 임금인상폭이나 조건후퇴 없는 주5일제 고수,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현대.기아차 노사의 합의안이 타사업장 핵심쟁점의 결정에도 `방향타' 역할을 할 수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