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유가상승 억제를 위해 전략비축유(SPR)의 방출을 요구하는 법안을 발표한데 대해 백악관과 공화당은 관련법안저지 방침을 밝히는 등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상원 의원들은 18일 급등하는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백악관에 전략비축유(SPR)의 방출을 요구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평균 2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전국의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이 갤런당 2.017달러를 기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 한 주간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7.6센트(3.9%) 올랐으며 이는 지난8주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제안한 결의안은 조지 부시 행정부에 대해 한달간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방출하되 이를 한달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바바라 미쿠스키(메릴랜드) 상원의원은 "휘발유 가격은 이미 압박을받고 있는 가계 예산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휘발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쿠스키는 "정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에 대항해 당초 목적대로 우리의 전략비축유를 사용함으로써 유가상승에 재갈을 물릴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의 핵심 발의자인 민주당의 척 슈머(뉴욕)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유가상승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자인 존 케리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민주당 상원 의원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백악관은 휘발유 가격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더라도 전략비축유는 `진정한 긴급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것이라면서 전략비축유의 방출 가능성을 일축했다. 스콧 맥클렐런 대변인은 이와 관련, 전략비축유의 용도는 긴급상황을 해소시키는 것이지 유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그같은 입장에 아무런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비축유는 미국이 공격을 받는 국가적 비상사태나 석유공급에 심각한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도 유가상승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도 산유국들과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경제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만한 조치를 취하지못하도록 하는 기존의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쿠스키 의원이 상원내의 일부 다른 지지자들을 규합, 다음주에 이 법안을 의회에 공식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힌데 대해 공화당은 이를 저지할 방침임을 밝혀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쿠스키 의원은 "이제 몇주만 지나면 본격적인 여름 여행시즌에 접어든다"면서"미국 국민들이 자동차에 기름을 채우면 가계 예산이 엉망이 된다고 두려워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원 공화당 대표인 빌 프리스트(테네시)는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려는 어떠한 시도라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유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전략비축유를 고갈시키는 것은 자승자박에 불과하며 특히 전시 상황에서 이같은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나는 전략비축유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계속해서 채워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사 전략비축유를 사용한다 해도 (민주당이 말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거의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프리스트의 상대격인 톰 대슐 상원 민주당 대표는 백악관이 이 문제에 대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전략비축유는 최대용량의 96%가 채워진 상태인데 지금 이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언제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또 업계 관계자들도 고유가로 인한 산업계의 피해가 구체화되고 있다면서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어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부시 행정부가 유가상승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