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은 7일 가톨릭 교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칠레에서 처음으로 이혼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고 칠레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달 의회 승인 절차를 모두 끝낸 이혼합법화 법안은 법 시행을 위한 사법부의 구체적인 검토 작업 및 이혼을 다룰 가정법원 설립 등의 절차를 거쳐 6개월 뒤시행될 예정이다. 라고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오늘은 칠레와 칠레내 모든 가족들에게 중요한 날"이라면서 "좋은 법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러나 이날 서명식에 초청된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에라수리스 추기경은 참석하지 않아 이번 법안에 대한 가톨릭계의 반대 입장을 반영했다. 9년을 끌어온 칠레의 이혼 합법화 법안이 입법작업을 모두 마침으로써 이제 세계적으로 이혼을 법적으로 허용 하지 않는 국가는 몰타, 필리핀 등 극소수 국가만남게 됐다. 그 동안 법적으로 이혼이 불가능한 칠레에서 이혼을 위해서는 대개는 법의 맹점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이혼하기로 마음을 굳힌 부부는 증인 2명에게 법정에서 결혼 증명서에 적힌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고 밝히도록 함으로써 과거의 결혼행위 자체를 법적으로 무효화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이 때 판사들은 알고도 모르는 체 넘어간다. 앞서 중도좌파 성향의 칠레 정부는 이혼 합법화 입법에 적극 나섰으나 야권의보수정당과 가톨릭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이혼합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