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회색빛 서울에 꽃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는 '3월 폭설'을 퍼부은 날씨는 어느새 변덕을 부려 갖가지 꽃망울을 하나 둘 터뜨리고 있다. 서울시는 봄을 맞아 시민들의 생활주변에서 봄꽃을 보며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봄 꽃길' 54곳을 선정해 17일 발표했다.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복궁 등에선 고궁과 어우러진 봄꽃을 즐길 수 있다. 도심 직장인들은 춘곤증으로 나른한 점심시간 짬을 내 봄직도 하다. 인왕산 스카이웨이에서는 서울 시내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주변에 피어난 개나리 진달래를 감상할 수 있다. 성동구 응봉산은 개나리로 온통 노랗게 바뀐다. 양재천 탄천 성내천 주변이라면 노란 개나리꽃을 뒤로 하며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도 봄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혹 '종종종 봄나들이 가는 병아리떼'라도 발견할지 모른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 윤중로 10㎞ 도로 양쪽에는 1천4백여그루의 왕벚나무가 벚꽃을 활짝 피운다. 서울의 대표적 벚꽃길이다. 4월초엔 벚꽃구경 인파들로 거리는 몸살을 앓게 된다. 과천 서울대공원 외곽순환도로도 흐드러진 벚꽃이 핀다. 광진구 워커힐 길은 하얀 벚꽃과 어우러진 한강 야경이 볼 만하다. 벚꽃의 뒤는 빨간 철쭉이 잇는다.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관악산 산책로를 따라 피어나는 철쭉은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송파구 석촌호수길에서 피어난 철쭉은 서호 동호, 주변 놀이시설과 조화를 이루며 환상적인 봄모습을 그려 낸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 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평년에 비해 2∼6일 일찍 피어 서울은 오는 28일 꽃을 피우기 시작해 식목일 전후 활짝 필 것"이라며 "봄 꽃길을 제대로 알고 찾아보면 도심 속에서도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