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괴한들에게 납치, 감금됐다 2시간 만에 풀려난 일본의 마이니치(每日) 신문 사이토 아키라(齋藤明.70) 사장이 3일 자사 신문에 납치경위를 소상히 밝힌 장문의 글을 실었다. 먼저 사이토 사장은 "1월 31일 오전 사람의 왕래가 적은 길을 걷다가 갑자기 뒤에서 봉투와 같은 것에 씌워져 차의 트렁크에 밀어넣어졌고 문이 닫혔다"며 "살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공포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어 "차가 멈춰진 뒤 옷을 벗도록 강요받았으며 대단히 많은 사진을 찍힌 것으로 기억된다"며 "그런 뒤 (범인들이) '부탁이 있다'면서 정좌를 하더니 '이 얼굴을 기억합니까'라고 물었지만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범인들이 국제관광호텔 나고야 캐슬 창업자의 이름을 대더니 '신세를 졌다'고 하기에 이들이 호텔과 관련된 인물이라고 추측했다"고 사장은 설명였다. 범인들은 사장에게 자신을 촬영한 사진 한장을 보여주면서 "이를 세상에 뿌리겠으며 그러면 당신은 사장을 그만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경찰에 신고한다면 우리들도 자수한다. 하지만 필름은 이미 다른 남자에게 건네졌고 신고할 경우 자동적으로 뿌려지게 돼있으며 회수는 불가능하다. 인터넷에도 띄우겠다"고 협박했다고 사장은 토로했다. 그러나 사장은 "나는 신문사라는 공공성이 강한 기업이 위협에 굴복한다면 독자의 신뢰를 잃어버린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범인의 태도가 정중했기 때문에 항변할 수 있었지만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돌이켜보면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신문사를 맡은 사람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장은 2시간여 후 풀려난 직후 "사진을 뿌려봐야 창피를 당하면 그 뿐이고 그런 모욕은 참을 수 있다고 마음 먹었다"며 "그러나 비열한 행위에 대해 침묵하거나 은폐하면 무엇보다 독자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게되고 이는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사건의 조기공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으로 범죄의 피해자가 된 괴로움과 인권의 무게 등이 문자 그대로 가슴에 사무치는데 나의 인권이나 명예는 생각하지 않고 흥미본위의 취재가 이어지고 있어 보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슬플 따름"이라며 "'보도의 자유'를 거론할 생각은 없지만 자칫 이러한 보도의 자유가 피해자가 경찰의 신고를 주저케하거나 범인이 목적한 바를 보완해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언론의 선정적 접근에 유감을 표했다. 한편 경시청은 지난 달 27일 마이니치 신문의 관련 기업인 국제관광호텔 나고야캐슬에 커피재료를 납품하던 업자 등 6명을 사이토 사장을 감금한 혐의로 체포, 기소했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