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온 금발의 재래시장 상인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갈렌티노 비토씨(32). 동대문 패션타운의 대표적인 도매시장인 청평화에서 1년째 숙녀복을 팔고 있다. 비토씨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내인 임은주씨(33) 때문이다. 이탈리아로 배낭여행온 아내 임씨에게 한 눈에 반해 한국행을 결정하게 된 것이 3년 전의 일. 한국말이 익숙해지자 아내 임씨와 함께 의류 디자인과 도매 일을 하기 시작했다. 비토씨는 청평화시장의 명물로 통한다. 길게 늘어뜨린 금발의 외국인이 밝게 웃으면서 손님을 부르면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귀띔. 아내 임씨도 "남편 혼자 있을 때 매출이 더 많이 오른다"며 "특히 젊은 여자손님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토씨는 "1주일 만에 우수한 디자인의 옷이 만들어져 시장에 깔리는 것이 마술 같다"며 동대문의 저력을 평가했다.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그는 "제품을 내놓은 지 4,5일 만에 똑같은 옷이 나타난다"며 "시장 디자이너들의 장인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산 의류가 디자이너의 노력이나 재능에 비해 국제적으로 저평가되는 것도 장인정신의 부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비토씨는 "이탈리아에서 배워온 서구적인 디자인 감각을 한국적인 스타일로 재창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