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청을 비롯해 송파구청·양천구청 등 일부 기초 자치단체들이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재산세 개편안에 전면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우려할만 한 일이다. 현행 지방세법상 재산세 과표와 세율의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기초단체들이 정부의 재산세 중과방침을 끝내 거부할 경우 당장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되는 건 물론이고 자칫 일선행정에도 상당한 혼선이 빚어질 게 너무나 분명하다. 지자체 입장에선 주민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데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부채질 할 가능성이 높아 더욱 걱정이다. 물론 정부가 당초 예정대로 재산세를 중과한다고 해서 부동산 투기가 잡힐 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재산세가 가장 많이 오르는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38평 아파트의 경우 올해 12만6천원이던 재산세가 내년엔 92만6천원으로 세금증가율이 무려 6백35%를 기록하게 되지만,그동안 집값이 수억원이나 오른 것에 비하면 실제 세금 증가액 80만원은 미미하기만 하다. 최근 강남지역의 주택증여 건수가 평소보다 10배나 늘어나는 등 조세회피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같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자부 재산세 개편안의 기본 골격은 현재대로 유지돼야 옳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편안의 의의는 투기억제가 아니라 과표현실화를 통한 세제 정상화를 추구한다는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산세 과표와 거래시가의 괴리가 너무 심해 조세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과세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과표현실화 자체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특히 과표현실화에 발맞춰 지나치게 높은 세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하해야 함은 물론이다.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일선 지자체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데다 고건 총리도 재산세 급증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초 자치단체들이 정부 방침에 무조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 일선 지자체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재산세제 개편방침은 그대로 강행해야 마땅하다. 일부 투기꾼들 탓에 대다수 실수요자들에게 재산세가 지나치게 중과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부동산세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과표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