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기업에 비해 국내기업이 역차별 당하는 데 대해 시정해 주기를 요청하는 경제단체들의 목소리가 높다. 외국기업을 우대하는 정책들은 사실 외환위기 이후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몇 년 된 문제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영권 침해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문제가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은 많은 배당을 요구하거나 투자계획 철회를 요청하는 선을 넘어,경영진 퇴진 또는 교체를 요구하거나,경영권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나 3자 매각을 추진하는 등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기까지 이르게 되었다. 국내기업과 외국계기업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국내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보호조치가 취약하고 반대로 각종 규제가 있는 상태에서,일방적으로 외국인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금융적 측면이다. 외환위기 이후 유력 기업을 인수한 외국 투자주체들 중 상당수는 연기금이나 개인들의 자금을 모아 운영하는 투자펀드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소비자금융에 치중하여 투자회사로서 역할에 익숙지 못하며,비록 투자를 하려고 하더라도 각종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 돈을 모은 신탁자산으로는 계열회사 주식을 7% 이내에서만 투자하도록 되어 있고,금융회사 보유 계열사 주식의 경우 의결권이 제한되어 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융자산 투자를 통해 돈 벌 기회는 제한해 놓고 외국인에게는 활짝 개방해 놓은 꼴이 된다. 이러고도 부동산으로만 돈이 몰린다고 사람들의 투기심리를 탓할 수 있을까.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은 금융적 측면 외에도 많다. 수도권 공장 신축 규제와 증설 억제정책은 외국인 투자기업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현재 수출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기업은 한도에 묶여 더 이상 시설확장을 못하고 있는 반면,같은 업종의 외국인 투자기업은 공장 설립 허가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역차별은 결국 국내 기업의 투자위축으로 이어지고 실업 증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 밖에 다른 나라에서도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세제 감면,경제특구 입주시 혜택,주식배당의 전액 허용,중소기업 고유 업종 진출 허용 등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우대조치는 많이 있다. 국민정서상 심각한 것은 우리 기업에 대한 반기업정서가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보다 더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은 그 동안 정치권의 눈칫밥을 먹으며,국민들의 기대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각종 준조세적 성격의 돈을 내왔다. 그러한 돈이 불법적이라고 해서 기업을 매도하고 기업인을 구속하는 상황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되었다. 이에 비해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투명경영을 한다는 명분 때문에 국내기업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경쟁 풍토를 배양하고 선진기술과 경영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만 외국인투자기업에서 행하는 경영방식이 과연 우리 여건에서 가장 좋은 것인가는 회의적이다. 외국인투자기업이 추구하는 바가 주주의 이익에는 좋겠지만,과연 고용창출과 기술개발에 유리한지,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영권 위협을 통해 결국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므로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은 기업 핵심역량이 장기적인 관계망 속에서 형성된다는 조직이론의 기초를 무시한 것이다. 이에 편승하여 이미 싼 값으로 주식을 취득해 놓고 주식가치를 올리는 데 박수 치는 일부 개인주주들의 행태는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차별 받아서 서럽지 않은 사람은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보호받고 정부 지원도 받았으므로,외국인에 대해 일부 우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양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경영권 위협 수준의 역차별은 그 동안 몸 보신하는 데 약재를 대주었으니 목숨 내놓으라는 셈이므로 하루 바삐 고쳐져야 한다. hongk@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