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법재판소는 9일 의사가 병원 내에서대기하는 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만 앞으로 연간 최고 20억유로의 의료비와 의사를 비롯한 관련 인력 수 만 명이 더 필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이 판결은 전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의료계 뿐 아니라 대기시간을 운영하는전 직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경제.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이날 독일 키일시(市) 시립병원의 의사 노르베르트 예거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 의사가 병원 등 노동 장소에서 대기하면서 휴식을 취하더라도 이를 노동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예거 씨는 의사의 대기시간을 휴식시간으로 분류한 독일 법규가 잘못됐다면서소송을 제기했으나 연방노동법원에서 기각되자 지난 4월 이 법이 유럽연합(EU) 법에부합되는 지 여부를 판결해줄 것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EU 최고법원으로 EU조약과 EU법을 해석, 적용하는 임무를 갖고 있으며, 그 판결은 회원국과 역내 주민에 대해 강제력을 갖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예거 씨는 "8시간이나 12시간 근무한 뒤 쉬지도 못한 채 다시야간에 대기근무 하는 일을 벗어나고, 무엇 보다 과중한 근무로 인한 오진 및 수술실수 가능성이 없어지게 됐다"며 환영했다. 독일 봉직의사협회(MB)와 공공노조(ver.di)는 `역사적 승리'라며 환영했으나 병원협회와 경제계, 정부 등은 향후 재정과 인력 부담 등을 우려하고 있다. 볼프강 클레멘트 독일 경제.노동장관은 이번 판결에 따라 공공병원 노동시간 관련 법규를 올해 안에 의회에서 개정, 내년 부터 발효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이 판결이 의료부문에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미 이런 판결 결과를 예상, 최근 여야가 합의한 보건개혁안에 올해 부터 7년 동안 공공병원의 관련 비용을 매년 1억 유로 씩 더 늘려 2009년에는 지금 보다 연간 7억유로 더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단계적 현실화를 수용할 수 밖에 없으나 최소한3년 안에 10억유로를 추가 투입하는 등 더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봉직의사협회는 전국 약 2천200개 병원에 의사 1만5천명이 신규 투입되어야 할것으로 추정했다. 병원협회는 의사 2만7천 명과 처치 및 기술, 행정 관련 인력 1만4천명이 신규 투입되어야 하며, 이로 인해 향후 연간 추가되는 비용이 17억5천만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또 이로 인해 건강보험료가 1% 포인트 더 올라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맞서 건강보험조합들은 병원들이 병원 조직과 의사 노동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구성해 추가 비용을 최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EU 집행위의 한 대변인은 이 판결로 회원국들이 큰 재정 및 인력 부담을지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 공식 계산은 하지 않았으나 독일에서만 2만 명의 의사와최고 20억유로의 비용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공영 ARD방송은 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