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의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후보 경선 주자들이 4일 뉴멕시코대에서 첫 TV토론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 주자들은 작심한 듯 이라크 문제 등을 거론하며 공화당의 후보로 사실상 굳어진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붓는 데 전력을 쏟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주자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에게 다른 주자들의 공격이 집중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민주당 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후 복구와 관련, 유엔의도움을 요청키로 한 결정을 환영하면서 그같은 결정이 너무 늦어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입지가 약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앨 샤프턴 목사를 제외하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8명의 주자중 제비뽑기로 첫번째 질문을 받은 딘 전 주지사는 "이제 부시는 그가 모욕한 바로 그 국민 속으로돌아가야 한다"며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리처드 게파트 하원 의원(미주리)은 `부시 대통령은 비참한 실패작'이라는 말을2번이나 되풀이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미국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공격했다. 존 케리 상원 의원(매사추세추)은 "`덤벼봐(bring 'em on)'라고 으스대던 부시대통령은 우리 장병들에게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 주지(bring) 못했다"며 미군에 대한 게릴라 공격과 관련, 부시 대통령이 했던 말을 꼬투리 잡아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게파트 의원은 "부시 대통령은 민주, 공화 양당의 역대 대통령들이 70여년에 걸쳐 구축한 동맹관계를 깨뜨렸다"고 케리 의원을 거들었다. 대테러전과 관련, 유일한 여성 주자인 케롤 모즐리 브라운 전 상원의원(일리노이)은 "이라크에서 잘못 하는 바람에 9.11 테러를 배후조종한 오사마 빈라덴도 잡지못하고 있다"고 이라크 전쟁 카드를 에둘러 비판했다. 게파트 의원과 함께 이라크전을 지지했던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코네티컷)은"이라크에 주둔한 미군 장병을 보호하고 현지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군 병력을 더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딘 전 주지사는 "이라크에서 필요한 것은 외국군대이고, 우리 장병들은복귀해야 한다"고 미군 철수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딘 전주지사 보좌관은 "이라크에 외국군대를 파견하면 미군 예비병력의 철수가 가능해지고, 미군의 교대기간이짧아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라크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유일한 상원의원인 봅 그레이엄 의원(플로리다)은 "이라크전은 적을 잘못 골라 진행한 잘못된 전쟁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라크전반대 의견을 고수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그러나 "이라크 주둔군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며 부시 행정부가 전후복구 비용으로 추가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 600억-700억달러의 예산안에 대해서는 지지입장을 밝혔다. 하원에서 이라크전 결의안에 반대했던 데니스 쿠시니치 하원 의원(오하이오)도"이제 우리 장병들을 고향으로 데려오고 유엔군을 들여보낼 때가 됐다"며 미군 철수론을 주장했다. 유권자의 40% 이상을 히스패닉이 차지하는 뉴멕시코주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또한 9.11 테러 이후 강화되고 있는 이민법 개정 및 감세 문제 등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게파트 의원은 "미국은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용광로"라며 이민법 개정을 옹호했고, 리버맨 의원은 자신도 이민자 후손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민은 바로 나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리버맨 의원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이민법 개선 약속을 지키지않는 구실로 9.11 테러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영 TV를 통해 영어와 스페인어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은 오는 6일 미국내최대 스페인어 방송망인 유니비전을 통해 재방영될 예정이다. (알부케르큐 A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