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부분적으로 실시돼오던 주5일 근무제를 완전히 정착시켜달라는 노동계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노동계 요구에 대해 정부당국은 '올해부터 2006년까지 30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까지 주5일 근무제를 확대하겠다'는 입법안을 내놓고 있다. 명분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토·일요일에 휴식을 통해 육체적 피로를 회복하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갖게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근로의욕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문제는 쉬는 것은 선진국을 능가하는 수준을 요구하면서 일은 선진국 수준을 못따라간다는 데 있다.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모두 2만5천달러가 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1만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득 수준으로 봐서는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소득을 올려야 할 처지에 더 많이 쉬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선진국에는 없는 법정공휴일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월차휴가 연 12일,경조사 등 약정휴가 연 10일,여성 생리휴가 12일,출산휴가 90일 등으로 한국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연평균 17∼26일을 더 많이 쉰다. 그리하여 연간 총 휴가,휴일 수는 선진국보다 더 많은 1백3∼1백46일이나 된다. 둘째,우리나라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연간 임금총액은 3백조원인데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기업은 연간 60조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법정근로시간이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단축되더라도 실제 근로시간은 주5일 근무제 도입 이전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보다 많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주말 근무를 계속 원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기업도 국내외 주문처에 납기를 지키기 위해 주말에도 조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과근로 할증률이 적용되지 않던 토요일 근무시간(오전 4시간)에 새롭게 50% 할증률이 적용됨으로써 14%가량의 임금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더해 연월차 등 휴가수당까지 그대로 부담하는 경우,인건비는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평균 20%가량 상승하게 된다. 이 인상분을 고스란히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50%인 초과 근로 임금 할증률은 국제 기준인 25%로 조정해야 한다. 셋째,대기업의 임금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0∼29인 중소기업의 근로자 임금과 대기업(5백인 이상)의 임금 격차는 87년 100.0에서 2002년 139.3으로 크게 확대됐다. 5백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상승률은 17.5%인 데 비해 10∼29인 이하 중소기업의 임금 상승률은 6.2%에 불과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됐다. 최근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대기업의 경우,인건비는 약 17% 상승했으나 생산성 향상은 10%에 그쳤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특히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증가된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이 문을 닫거나,임금이 싼 중국이나 동남아로 가든가,아니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든가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넷째,분배 평등보다는 생산증가·효율극대화를 지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 발표(2003)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경쟁력지수(10점 만점)는 3.551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는데 파업으로 발생한 노동손실 일수는 30.69일로 25위였다. 중국(0.001일) 대만(0.021일) 일본(0.321일) 등 주요 경쟁국들보다 무려 30배 이상 많았다. 나누어 먹을 파이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 분배·평등보다는 생산·효율지향적 고용창출 증대에 노동정책과 주5일 근무제의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유급휴일을 그대로 인정하고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거나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