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소들이 경제 상태를 진단하면서 참고하는주요 변수의 하나인 실업률에 주어져온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쪽으로 옮겨지는 조짐이 완연하다. 경기 사이클을 판단하는 권한을 미 정부로부터 위임받고 있는 민간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18일 "GDP가 미국의 경제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최고의 단일지표"라고 평가했다. NBER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4월 10일 웹사이트에 올렸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당시는 "GDP 가중치가 그리 높지 않다"고 밝혔던 것이다. 이런 분석의 주된이유로 미 상무부의 GDP 통계가 분기별로 나오기 때문에 신속.현실성이 떨어진다는명분을 당시 내세웠다. NBER 관계자는 비록 회복세가 아직은 미미하기는 하지만 "2002년말께 지난 2년여 계속된 경기 침체가 종료된게 아니냐는 판단이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상황도 경기판단 지표로 실업률보다 GDP에 더 가중치를 두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NBER이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완전히 탈출했다'고평가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분석한 것을 의식한듯 자신의 판단이 사견임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든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있다면서 지난 2001년 4.4분기의 미국 GDP가 9조2천500억달러로 침체가 피크이던 지난 2000년 마지막 분기의 9조2천400억달러를 초과했음을 상기시켰다. 그해 1.4분기의 GDP는 9조5천600억달러였다. NBER은 고용시장 경색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지난 2001년 3월 시작된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의 불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하는 것을 주저해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 이처럼 경기를 진단할 때 실업률보다는 GDP에 더 가중치를 두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도록 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NBER 관계자는 "생산성이 증가함으로써 근로자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났으며 기업도 추가 고용없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판단에 참고하는 가중치가 실업률에서 GDP 쪽으로 급격히 바뀌는 것도 바람직하지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면 실업률과 GDP를 어떤 식으로 조화시켜 경제 상황을 진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두 변수간 균형을 유지하면서 여기서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NBER측은 최근 경기 사이클을 진단할 때 분기별로 나오는 상무부 GDP 통계와 함께 세인트 루이스 소재 경기관측 민간 기관인 매크로이코노믹스 어드바이저스가 매달 내는 GDP 지표도 참고하기 시작했다. 매크로이코노믹스사의 경우 9.11 테러가 발생한 지난 2001년 9월이 미 경제가저점에 떨어졌던 시기인 것으로 판단한다.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조엘 파락켄 회장은블룸버그 회견에서 "미 경제가 이제는 회복세에 (완연히)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그러나 이 때문에 "미 경제 침체가 끝났다"고 성급히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NBER측도 이 지적에 공감하면서 "지난 2년여 계속된 침체가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하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91년 3월에 미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나중에 판단한 시점이 그 이듬해 12월이었음을 상기시켰다. NBER 관계자는 내달 중순 연구소 산하 관계자들이 회동하면 불황종료 판정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일 것이라고 말해 그 이후에나 NBER의 공식 판단이 나오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 금융인협회(ABA)는 이와 관련해 18일 미 경제가 올하반기와 내년에 본격적인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면서 협회 소속 11명의 실물경제학자 판단을 근거로 미국의올하반기 성장이 3.5%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