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D병원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전담병원으로 지정운영하려던 계획이 "왜 하필 우리동네냐"라는 주민들의 강력 반발로 일단 유보되자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D병원 인근 주민들은 서울시가 국립보건원 요청에 따라 24일 이 병원을 `사스'전담병원으로 지정키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5일 오전까지 밤새 병원 앞 편도 2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병원 출입구를 모두 봉쇄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며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병원 인근은 주택가로 인구가 밀집해 있는데다 가까이에 초등학교가자리잡고 있어 주민안전상 사스 전담병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무턱대고 병원주변이 안전하다는 서울시와 보건당국 주장을 믿을 수 없는 만큼 우리의 생존권을찾기 위해 투쟁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반발에 당황한 서울시는 정두언 정무부시장을 현장에 파견,"주민 반대가심해 사스 전담병원 지정을 포기하겠다"며 하루만에 전담병원 지정을 유보했다. 시민단체 등은 이런 주민 행동에 대해 공공이익에 반하는 집단이기주의라고 지적하는 한편 당국의 분명하고 책임있는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스는 공기로 전염되지 않는데다 D병원이 사스 전담병원으로지정될 경우 병원 연결통로 등을 모두 폐쇄,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인 만큼 주민들의 걱정은 과도한 것"이라며 "사스 감염예방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시설인데도 자기 동네에는 안된다는 주장은 집단이기주의"라고 꼬집었다. 또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선애 정책실장은 "주민들의 불안감은 이해할 수 있지만전국민이 걱정하는 공공 사안에 대해 전염성 만을 이유로 주거지역 내 병원 지정에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특히 지정병원 결정을 하루만에 유보한 행정당국 역시 문제가 있다"며 "당국은 사스에 대한 방역.관리 체계에 대한 대국민 신뢰감으로 불안을 해소시킬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단순히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붙이기에 앞서 사스 방역체계전반에 대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당국의 잘못도 제기됐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정부가 이 사안을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비난하기 이전에 국민들에게 사스 방역체계에 대한 신뢰감을 먼저 심어줘야 했다"며 "방역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공포감으로 인한 주민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