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다음주로 예상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서 패배가 확실해질 경우 새 이라크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포기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CNN 방송이 4일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유력 일간지 뉴욕 타임스가 표결이 임박했다는 쪽에 비중을 두고 보도하는가 하면 해당 관리들 간에도 설명이 다소 엇갈려 이 문제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CNN은 미국은 집중적인 로비 외교에도 불구하고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불행사와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의 찬성이라는 결의안 통과 요견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방송 BBC와 한 회견에서 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공동으로 제출한 이라크 결의안을 반대한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필요한 경우 거부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 때는 결의안 통과가 어렵더라도 표결을 시도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몇시간 뒤에는 "결의안 표결이 바람직하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부시 대통령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표결을 포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결의안 표결 포기를 언급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일축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결의안 통과에 필요한 최소 요건인 9표의 찬성을 확보할 자신이 없다면 표결을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위협은 표결을 포기토록 하는 요인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9표 이상의 찬성을 확보하면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도덕적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타임스는 지난해 11월 유엔 결의 1441호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이번에도 막판 대역전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안보리 이사국들에 외교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의 불법 미사일 파기가 "긍정적인 사태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전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미국과 영국을 더욱 어렵게 했다. 아난 총장은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라크가 지금까지 한도 사거리 초과로 유엔 사찰단의 파기 지시를 받은 알 사무드 2 미사일 19기를 파기한데 대해 언급하면서 "한스 블릭스 사찰단장은 이라크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해야 하지만 이것(미사일 파기)은 긍정적인 사태진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아난 총장은 "결정권은 유엔 안보리에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전쟁은 모든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이 소진된 뒤에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