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천70개 상장사와 코스닥 및 금감위 등록 제조업체에 대한 3분기까지의 경영실적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7.6%로 전년동기보다 5.4%포인트 상승했고,부채비율은 1백30.1%로 사상최저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보유 현금자산은 50조2천억원,매출채권을 합친 당좌자산은 무려 99조8천억원으로 자금이 넘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경영성과는 제조업체들이 차입경영을 지양하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중시한 결과로서,경제환경이 악화돼도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대목 또한 적지않다. 우선 수익성 향상과 재무구조 개선이 제조업체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몇몇 우량기업의 실적호전에 의한 '착시현상'이란 점이다. 경상이익률 적자폭이 10% 이상인 기업과 이자보상배율이 1백% 미만인 기업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더 큰 문제는 풍부한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투자엔 소극적이어서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란 점이다. 3·4분기까지 설비투자 부진으로 유형자산은 2.7%가 줄어든 것이 그런 우려를 더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경제가 5% 정도의 잠재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투자증가율이 5.7%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 LG경제연구원의 분석이고 보면 얼어붙은 최근의 투자분위기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것은 세계경제에 불확실한 요인이 많고 투자판단을 할 때도 수익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되는 것은 축소지향적 경영을 유도하는 출자총액한도제와 부채비율 규제 등 정부의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행정규제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했던 외환위기 당시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미국 일본기업보다 낮아진 지금 기업의 투자규모와 업종선택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익잉여금을 재투자하지 못해 성장잠재력 위축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 규제는 신규 유망사업에 대한 진출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폐지돼야 한다. 투자에 대한 판단은 기업에,감시는 주주와 채권은행 등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고 또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