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중 'Mr.공정위'라 불릴 정도로 직원들의 신망을 받던 전직 고위관료가 자신이 경험한 행정현장의 총체적 문제점을 법률가의 시각에서 강도높게 비판하는 책을 내 공직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대통령에서 행정부 일선에 이르기까지 그의 표현대로 '구멍가게 수준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낱낱이 고발하는 이 책의 저자는 10여년의 법관생활을 거쳐 행정부로 옮긴 뒤 올 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1급으로 명예퇴직한 임영철(任英喆.45) 변호사. 그의 책 「넥스트 코리아」는 우선 비판강도나 표현수준이 전현직 공무원들이나 행정학자들이 쓴 '고만고만한'수준의 무수한 평론서류에 비하면 가히 충격적이다. '한국 고위관료들이 부하공무원들로부터 수발을 받는 모습을 보면 가히 조폭적 예우수준이다. 한국의 장관은 제왕적 대통령에게는 아주 작은 존재일 수 있지만 일단 자신의 조직으로 돌아오면 다시 제왕적 장관이 된다'('조폭적 예우를 받는 한국의 고위관료')고 그는 비판한다. 그는 고위관료들의 행태를 이 나라 관료조직의 '전범'인 일본이나 후진국에도 없는 조폭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사정없이 때리고 고위직 사냥의 큰 인센티브인 판공비가 주는 '잿밥의 마력'을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하는 사람은 없고 보고하는 사람만 있는' 행정부, 정책입안과정에서 수정자와 결재자의 이름은 빠진 뒤 잘되면 '내탓', 잘못되면 '모르쇠'로 일관하고 이를 규명하려 하지도 않는 행정시스템도 통렬한 비난대상이다. 비판은 결국 이 문제의 근원인 '제왕적 대통령제'에까지 올라간다. 이 제도아래서 대통령은 장관자리를 '무자격자'들에게 은혜 베풀듯 나눠주고는 수시로 갈아치우고 대통령과 장관의 고유권한이 법률로 구분돼 있다는 인식조차 없이 장관권한에 사사건건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결국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대통령을 등에 업은 비서실은 정부의 상전으로 행세하고 그 틈을 비집고 실세니 가신이니 하는 사람들이 영향력을 미쳐 국정을 농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가 왕조시대 군신관계와 비슷하다보니 국정현안을 놓고 격론을 벌여야 할 국무회의 자리는 대통령의 지시를 장관들이 빠짐없이 기록하는 '받아쓰기 시험장'처럼 돼 버린지 오래다. 대통령 자신도 이런 모습이 얼마나 한심했던지 얼마전 '받아적기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절대왕조국가인가, 민주주의국가인가')고 그는 지적했다. 또 최고의사결정이 언론보도라는 '조악한'시스템을 통해 형성돼 비판적 기사만나면 장관이 부하의 재량권을 박탈하는 바람에 모든 일이 장관사전결재를 받아야 가능해지는 행정과정과 이 과정에서 힘을 쓰는 권력적 언론도 비판을 벗어나지 못한다. 임 변호사는 "'품질불량'인 공적 시스템의 현실을 알려야 대선주자들이 그 개선을 공약할 것이고 그 품질도 개선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책을 내게 됐다"고 출간동기를 밝히고 아울러 "'사법 적극주의'에 입각해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인 행정부 견제에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