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이른바 '더러운 폭탄'으로 워싱턴에 대한 테러공격을 모의한 알-카에다 소속 테러 용의범을 검거했다고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이 10일 밝혔다. '더러운 폭탄'은 재래식 폭탄에 원자력발전 폐기물이나 방사능 물질을 담은 것으로, 폭파될 경우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에 퍼져 수많은 사람들이 서서히 죽거나 피해 지역이 주거 불능 지역으로 변하게 된다.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이날 CNN방송을 통해 지난달 8일 파키스탄을 출발해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미국 시민권자인 압둘라알 무 자히르를 시카고에서 붙잡았다고 말했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더러운 폭탄'을 폭파시켜 미국을 공격하려고 모의한 테러범의 기도를 분쇄했다"면서 용의자의 이름을 공개했다. 그는 "각종 확실한 소식통을 통해 압둘라 알 무자히르가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긴밀히 관련돼 있으며, 그가 알-카에다 요원으로 무고한 미국 시민에 대한 테러공격을 계획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고위 당국자는 알 무자히르가 워싱턴을 테러공격의 목표로 삼았으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 조직으로부터 폭탄 제조와 작동법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알 무자히르가 검거 당시 폭탄을 소지하고 있지는 않았으며 계획 단계를 넘어서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그가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서 알-카에다 고위층과 두차례 면담도 가졌다고 덧붙였다. 리버스 존슨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알 무자히르가 이날 오전 법무부 뉴욕 보호소에서 경비가 삼엄한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소재 해군 교도소로 이감됐다고 밝히고 그에 대한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알 무자히르가 1990년대 초반 미국내 교도소에서 복역한 적이 있으며 그 후 2001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알-카에다 지도부와 만나 테러 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는 알 무자히르가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 여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가 미국 안에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말했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알 무자히르가 미국의 '적군 전투원'으로 처우될 것이라고 말해, 일반 형사사건에서 피고들이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을 거의 누리지 못할 것임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부 주바이다흐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알 무자히르에 관한 정보가 나왔다고 밝히고 알 무자히르는 시카고 갱단 단원으로 교도소 복역후 이슬람교로 개종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