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는 미국 유통업계의 큰 축이었던 K마트의 파산소식을 접했다. 선발업체이고 규모도 더 컸던 K마트가 후발업체인 월마트에 눌린 것이다. 월마트와 K마트의 이러한 격차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CEO의 차이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CEO의 경영능력에 의해 그러한 부침이 생기게 된 것이다. 얼마 전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CEO 대통령'이 거론된다. 아마도 기업 성패의 많은 부분이 CEO에 좌우되는 만큼 성공적으로,아니 탁월한 수준으로 나라를 경영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발하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기업경영을 성공적으로 리드한 CEO들의 특징을 몇가지 살펴보면서 CEO 대통령의 요건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CEO로 발탁되는 사람은 여러 포스트를 거쳐 일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발휘한 경영능력은 많은 부분 실무경험에서 자신들이 체득한 것들로 배양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이를테면 GE를 20년간 훌륭하게 리드하다 얼마 전 은퇴한 잭 웰치는 실무중심의 검증 절차를 거쳐 CEO로 선발됐다. 그가 일하면서 기본방침으로 삼았던 '세계 1,2위의 사업만 하겠다'든지,'관료제를 극복해야 하고 아이디어를 중시하며 보상을 중시해야 한다'는 등의 신념은 그의 조직생활 경험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또 근래에 닛산자동차의 회생으로 화제에 오르는 카를로스 곤 사장도 몇개의 포스트에서 그의 경영능력을 입증해 보였고,그러한 그의 능력은 실무경험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우선 CEO 대통령은 조직을 성공적으로 리드한 실적을 가진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그러한 검증절차를 거칠 기회가 없었다면 적어도 계획과 평가,조직화,자원배분,조정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직에서 상당기간 실무경험을 쌓은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정당생활만 했다든지 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다음 성공한 CEO들은 대략 개방적으로 직원이나 고객,업계 관계자 등 여러 사람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는 의견을 많이 경청하려고 한다. 이렇게 보면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일을 멀리하는 권위주의적인 사람,어느 정도 자기 성을 쌓아 카리스마를 구축하려는 사람,대화의 자리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신의 말을 많이 하는 사람 등은 CEO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 성공한 CEO들은 신뢰를 얻음으로써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그 신뢰를 받는 것의 많은 부분이 솔직성,일관성 있는 언행과 상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언행의 일치를 보였느냐 아니냐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냐 그렇지 못할 것이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하겠다. 마키아벨리는 '리더의 주위에 어떠한 사람들이 모여있느냐'로 리더의 현명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성공한 CEO를 보면 인재를 중시하고,좋은 인재들을 발탁하고 활용하면서 함께 일해간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렇게 보면 주위에 어떠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느냐도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CEO들은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를 가진 경우들을 볼 수가 있다. 힘이 넘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많다. 대통령의 경우도 정력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체력 등이 뒷받침돼야 하겠다. 이렇게 보면 연령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 할 것이다. 일본사회의 침체는 리더들의 고령화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하여튼 성공하는 CEO의 요건은 일련의 포스트를 거치면서 나타내 보인 경영실적과 능력이 가장 핵심적 요건이라 할 것이다. 그 동안 군사 정권,민주화투사 정권 등으로 이어진 우리 나라의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측면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는 데,이제는 경영능력 등 실무에서 입증된 능력에 대한 평가가 비중있게 되어지면서 후보자가 부상하고,그런 사람들 중에서 국가경영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CEO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eclee@hanan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