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을 비롯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0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상하이합의(Shanghai Accord)를 채택하고 어제 폐막했다. '참여와 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을 주제로 한 APEC 정상회의 상하이합의는 지난 6월 회원국 고위관리회의(SOM 2) 및 통상장관회의(MRT)에서 논의된 내용을 최종 정리한 것이다. 역내 선진국은 2010년까지,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투자 및 무역을 자유화하자는 94년 APEC 보고르 정상회의 선언 실현방안을 구체화한 셈이다. 상하이합의는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출범에 대한 APEC 회원국들이 공식적인 지지를 분명히 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웃도는 APEC 국가 정상들의 이같은 합의에 따라 서비스·농산물교역 및 정보기술(IT)거래 반덤핑문제 등을 다루게 될 뉴라운드 출범은 이제 WTO의 요식적인 절차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뉴라운드 지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다자간 협상테이블에 나가기 위한 전반적인 전략적 검토가 있어야 할 것 또한 당연하다. 뉴라운드의 득실은 국내 산업간에도 명암이 엇갈릴 수 있고 그것이 적잖은 갈등을 수반하게 될 것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번 상하이 APEC 정상회담기간 중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 미국대통령,장쩌민 중국국가주석,푸틴 러시아대통령,고이즈미 일본총리 등과 연쇄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일·러 정상들이 남북한문제와 햇볕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입장에 대해 지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은 특히 의미가 있다.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집단인 만큼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여전히 속단하기 어렵지만,남북대화 진전을 바라는 국제적인 압력을 저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정상들이 하나같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바란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분명히 한 것은 남북한 관계에 매우 큰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고이즈미 일본총리와의 회담에서 논의된 사안들은 또다른 측면에서 관심사다. 꽁치분쟁에 대해 일본 측이 어떻게 나올지도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공동역사기구 설치합의는 특히 그러하다. 심심하면 되풀이되는 일본정치인들의 역사왜곡으로 인한 한·일 간 난기류는 그 누구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고이즈미가 과연 그런 인식에서 합의한 것인지,아직은 의문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