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벌어지면 미국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20세기에 있었던 5개 주요 전쟁기간 중의 주가 움직임을 분석해보면 미국의 승패 여부에 따라 주가 움직임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당시 미국의 다우지수는 전쟁이 시작되면서 곧바로 35% 수직 하락했고 뉴욕 증권거래소는 4개월간 문을 닫아야만 했다. 증권거래소는 12월 중순 다시 문을 열었고 그 뒤 2년 동안 1백% 이상 올랐다. 2차대전(1939~1945년) 역시 개전 초에는 주가가 급격히 떨어졌다. 39년 개전 후부터 41년 12월 진주만 공습 직후까지 무려 40%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42년 바닥을 치고 상승을 시작했다. 미국의 일본 공습이 시작되면서 '이길 수 있는 전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부터다. 원자폭탄 투하 등 승리의 확신이 설 때마다 주가는 폭등했다. 한국전쟁(1950~1953년) 때도 다우지수는 개전 초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950년 6월 북한의 침공이 시작된 뒤 3주 동안 주가는 12% 하락했다. 그러나 곧 반등했다. 이때 200선이던 다우지수는 53년 7월 휴전협정이 서명될 때 250선으로 올랐다. 휴전협정 이후 한햇동안에는 무려 24% 상승했다. 베트남전쟁(1964~1975년)은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실속이 없었던 전쟁이었다. 미국이 전적으로 전쟁에 참여한 계기가 됐던 통킹만사건이 벌어졌던 64년 다우는 840선이었다. 11년 뒤 사이공이 함락됐을 때 지수는 64년 수준에서 10% 하락했다. 페르시아걸프전쟁(1990~1991년)은 다른 전쟁들보다 기간이 짧았다. 하지만 형태는 비슷했다. 처음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세계의 석유시장이 위협받을 때 주식시장은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개전 두달 만에 18% 하락했다. 그러나 미국이 전쟁에서 쉽게 승리하자 빠르게 회복됐다. 전쟁기간 중 연간 상승률은 9.7%로 인플레의 2배였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