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한달간 계속되고 있는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일본 외상의 '돌출 행동' 시리즈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다나카 외상은 지난주 불거져 나온 미국 미사일 방어구상에 대한 비판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무관료에 대한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제기돼 위기탈출이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다나카 외상은 지난달 31일 밤 최근 사망한 재외공관장 상가에 직접 전화를 걸어 미망인에게 가와시마 유타카(川島裕) 사무차관과회계과장이 상가에서 밤샘을 했는지 여부를 캐물었다. 다나카 외상은 그날 가와시마 차관 등을 호출해 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들이 상가 조문을 이유로 불참하자 진짜로 상가에 갔었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다나카 외상의 행동에 대해 조문을 했던 외교관들은 "부하의 장례식에 참석하지는 못할 망정 미망인에게 전화를 걸어 폐를 끼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또 외무부 기밀비 유용 사건과 관련, 외교관들의 나쁜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벼르고 있는 다나카 외상은 자신의 비서관 중 한명에게 회계과장을 '미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나카 외상은 비서관 한명에게 미행업무를 전담시켰으며, 이에 따라 비서관은 회계과장의 동향을 30분마다 다나카 외상에게 보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외무성 내에서는 "미행은 탐정을 고용해 시켜도 되는 일이 아니냐"며 외교총수의 행동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상이 지난달 29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와 회담을 가졌을 때 다나카 외상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구상을 비판했던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나카 외상은 하루 전날인 28일 다우너 외상과 가진 공식 회담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구상을 비난했던 것으로 보도됐으나, 파문이 확산되자 3일 언론사에 반론문을 돌리는 방법으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다우너 호주 외상이 하시모토 전 총리에게 전한 말이 사실이라면, 다나카 외상은 거짓말을 한 셈이어서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