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유혈충돌이 전면전 양상을 띠면서 중동지역의 전운이 한층 짙어졌다.

이스라엘은 12일 공격용 헬리콥터를 동원,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팔레스타인은 반(反)이스라엘 테러조직인 ''하마스''조직원들을 대거 석방했다.

이집트 시리아 등도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분노감을 표출하면서 이·팔의 유혈충돌이 ''이·아랍권''전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발단=2주일간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유혈충돌은 지난달 28일 이스라엘 리쿠르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가 동예루살렘의 성지를 방문한 데서 비롯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초강경 입장으로 이스라엘내에서 ''불도저''로 불리는 샤론은 이날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공동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샤 사원을 방문,"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에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재강조했다.

분노한 팔레스타인인 2백여명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를 진압하는 경찰과 충돌이 발생,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틀 뒤인 30일엔 경찰의 총기 발포로 팔레스타인인 16명이 사망하고 5백여명이 부상했다.

샤론 당수의 알 아크샤 사원 방문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총리가 "예루살렘의 주권을 팔레스타인과 공유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공개표명한 데 대한 항의 성격이 짙었다.

중동평화의 최대 걸림돌로 소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동예루살렘은 지난 1948년 독립을 선언한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67년 6월) 당시 점령한 성지다.

유혈충돌직전에 열렸던 캠프데이비드 중동평화협상이 결렬된 것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소유권을 주장한 데 반해 팔레스타인측은 이를 돌려 달라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현재 사망자는 최소 95명,부상자는 1천1백명을 넘는다.

사상자는 대부분 팔레스타인인이지만 이스라엘 사망자도 20명에 달한다.

지난 96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정권의 강경노선으로 야기된 양측의 충돌 이후 최악인 이번 유혈사태는 충돌과 소강상태를 지속하면서 전면전 쪽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와 함께 지난 3일 양측이 휴전을 발표하면서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듯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이스라엘군 3명이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이슬람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납치되고 유대교성지 ''요셉의 묘''가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해 점령당하면서 사태는 다시 악화됐다.

분노한 바라크 총리는 8일 ''48시간내에 유혈사태를 종식시키라''는 최후통첩을 팔레스타인측에 보냈다.

하지만 이틀 후 다시 최후통첩 기한을 연기,일단 고비를 넘겼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12일 이스라엘군 3명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의해 살해되면서 분위기는 ''전면전''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전망=''세계의 화약고''중동지역에서 전면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스라엘측의 아라파트 관저 부근 폭격으로 바라크·아라파트의 ''평화동반자''이미지도 완전이 깨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면전의 칼자루를 쥔 이스라엘이 명분이 약한 전쟁을 쉽게 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군사력에서 팔레스타인은 전쟁 상대가 되지 않지만 이번 유혈사태로 전례없이 단합된 아랍국가들을 자극,전쟁이 ''이스라엘·아랍연맹''으로 확대되면 모두가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대선이 임박한 미국이 중동전쟁을 막기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이스라엘의 전쟁 선택을 고심하도록 만들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