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8개월만에 미국 PC 소매시장 3위 부상, 현재 미국 저가 PC시장 1위"

삼보컴퓨터가 미국 현지에 합작 설립한 PC 판매법인 이머신즈의 1년 성적표
다.

이머신즈로 전세계 PC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삼보컴퓨터는 99년 총 3백만
대의 PC를 제조, 세계 2위 PC 생산업체로 부상했다.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가 지분 12%를 가진 계열사 두루넷은 지난 11월
국내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명예와 함께 엄청난
부를 삼보컴퓨터에 가져다줬다.

두루넷 주식은 나스닥에서 최근 72달러 이상에 거래돼 삼보컴퓨터는
5억4천만달러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머쥐었다.

삼보컴퓨터가 지분 28.5%를 소유한 이머신즈도 나스닥 상장 절차를 밟고
있어 2백만달러를 투자했던 삼보컴퓨터는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게 된다.

몇달새 계열회사 2곳을 나란히 나스닥에 상장시키면 요즘 국내 업체들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나스닥 행" 선두주자라는 영예도 안게 된다.

삼보컴퓨터는 99년 정보통신업계는 물론 국내 전체 기업들 중에서도 최고의
히트 메이커다.

그 기반은 모니터 전문업체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KDS)와 함께 98년 10월
미국에 세운 이머신즈.

경쟁업체들이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는 가운데 던진 승부수는 삼보의 의도
대로 대박이 됐다.

삼보컴퓨터는 1천달러 미만이면 저가 PC로 분류되던 시절 3백99.4백99달러
짜리 초저가 PC를 내놓았다.

"당시로서는 무모하기까지 한 파격적 시도였다"(정철 삼보컴퓨터부사장).

그러나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PC가 TV만큼이나 보편적인 상품이 돼 한 집에서 2대 이상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2대째 PC를 살 경우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가격이었다.

따라서 가격을 5백달러 미만으로 정해놓고 대량의 부품을 싸게 조달해 이
가격에 맞춘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결과는 9개월만에 1백만대를 판매하는 대성공.

98년 국내에서 판매된 전체 PC대수가 1백20만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였다.

삼보컴퓨터는 미국 PC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확보, 델 HP에 이은 3위
업체로 자리잡았다.

6백달러 미만의 저가 PC시장에서는 46%를 점유, 확고부동한 1위 업체가
됐다.

이머신즈가 엄청난 스피드로 부상하자 세계적인 업체들의 제휴 제의도
이어졌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업체 AOL과 일본 통신업계의 다크호스 히카리통신
등 17개 업체로부터 모두 1억1천9백50만달러를 유치했다.

최근엔 미국 프리PC사를 인수했다.

이머신즈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은 현지화.

미국시장을 잘 아는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 적절한 판매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스티븐 더커 이머신즈 사장은 미국 최고의 유통업체 컴퓨USA의 부사장을
지낸 PC 유통 전문가.

그는 이윤을 줄이는 대신 매장에서의 판매회전율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이로 인해 이머신즈 제품은 컴퓨USA 오피스데포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등
주요 PC 유통업체들이 가장 팔고 싶어하는 상품으로 떠올랐다.

삼보컴퓨터의 수출전략은 일본 유럽 중국등으로 이어진다.

일본시장의 경우 역시 KDS와 손잡고 현재 유통업체 소텍을 통해 공략하고
있다.

중국에는 시아먼(하문)과 선양(심양)에 PC공장을 세워 중국 내수시장 공급은
물론 타 지역 수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유럽 진출을 위해 네덜란드에도 공장을 세웠다.

더욱이 최근 급증하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안산공장 생산규모를 기존
5백40만대에서 7백80만대 규모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연산 1백20만대 규모의 중국 선양공장, 각각 60만대
규모인 네덜란드와 시아먼 공장을 합해 삼보컴퓨터의 PC 생산규모는 한해
1천2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김두수 부사장은 "2000년에는 6백만대 이상의 PC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보의 성공적인 수출전략은 세계 PC업계가 한국을 다시보게 함으로써 한국
PC산업을 한차원 끌어올리는 견인차 노릇을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삼보의 성가에 힘입어 한국은 대만을 위협하는 주요 PC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또 가격인하를 통해 내수시장도 리드하고 있다.

99년 6월 대형업체로서는 처음 1백만원 미만 PC를 내놔 국내 PC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삼보는 나래이동통신(대표 이홍선) 두루넷(대표 김종길) 아이네트텔레콤
솔빛 나래시큐리티 소프트뱅크코리아 야후코리아 삼보정보시스템 등 정보통신
관련 업체들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80년 국내 최초의 컴퓨터 전문업체로 출발한 뒤 차근차근 쌓아온 성이다.

나래이동통신과 자회사 TG벤처를 통해 50여개 정보통신 관련 기업에 투자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보그룹이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에 버금가는 정보통신왕국
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계열사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모두 정보통신과 인터넷 분야 전문
기업이기 때문이다.

주력인 삼보컴퓨터 두루넷 등은 이미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홍순 삼보컴퓨터사장은 "올해 세계 5대 PC업체로 도약하고 이를 발판으로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

[ 삼보컴퓨터 연혁 ]

80년 회사설립(자본금 1천만원)
81년 국내 업체 최초로 PC 수출(캐나다)
84년 국내 첫 컴퓨터 전문기업 부설연구소 설립
91년 국내 최대 컴퓨터 생산능력의 안산 제2공장 준공(연면적 1만3천5백평)
97년 2년후 무료 업그레이드 "드림시스 61 체인지업 PC"개발
98년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법인 "이머신즈" 설립
-초저가 PC "이타워" 개발, 미국 일본에 대량수출
99년 2월 이머신즈 미국 PC 소매시장 4위 기록
99년 3월 삼보컴퓨터(소텍) 일본 PC 소매시장 5위 기록
99년 5월 네덜란드에 PC 조립시설 TGN설립
99년 6월 국내 대형 PC업체 첫 1백만원 이하 PC "드림시스 EZ6400S"시판
99년 6월 중국 선양 PC 단지 기공식(연1백20만대 생산규모)
현재 자본금 4백65억원 종업원 1천5백명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