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 아주대 교수 / 도시환경공학 >

동북아는 떠오르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블록경제권 형성이 얼마 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를 통해 무르익은 느낌이다.

지중해가 과거의 바다라면 대서양은 오늘의 바다, 태평양은 내일의 바다라고
한다.

태평양 연안에서도 특히 동북아지역의 경제성장이 돋보인다.

동북아 국가라면 일본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극동러시아 북한, 그리고
크게는 대만과 몽골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우선 일본 한국 중국 3국만으로도 전세계 경제력의 5분의 1을 넘는다.

특히 이들 동북아 국가간의 역내 교역량도 괄목할 만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한국에 왔던 호주 캔버러대학의 찰스 리머 교수는 태평양 연변의
대도시군을 잇는 동아시아경제권이 형성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동북아의 교통시장 통합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실질적인 경제권을 이루려면 수송시장의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

먼저 동북아 운송시장의 잠재력을 살펴보자.

동북아지역은 세계 컨테이너 물량의 27%를 점하고 있다.

세계 20대 항구중 8개항이 이 지역에 있고 세계 20대 컨테이너 라인 중
10개가 이 지역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동북아 역내의 국가간 교역량도 매년 30%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인접국가간의 생산분배 기지의 분담과 자본제휴 경제협력이 점점
밀접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항공시장의 경우도 비슷하다.

동북아지역은 세계 항공시장의 20.2%를 점하고 있다.

20세기 초에는 24%로 상승할 것이다.

이같은 시장성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제외한 다른나라의 수송시설 수준은
여러모로 미흡한 실정이다.

수송수단간의 연계도 미흡하다.

앞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무역장벽이나 여행의 자유화를 통해
이들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곧 이 지역국가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시장통합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가장 큰 장벽은 저마다 경제수준의 격차가 크고 정치체제가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은 오픈스카이정책을 채택했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마저 항공자유화협정을 기피하고 있다.

중국은 점진적 개방정책을 펴고 있으나 아직도 시장접근의 유연성이 작다.

극동러시아 또한 비슷한 사정이다.

또 비행기나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앞으로의 국제운송시장은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시스템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간에 허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으로 공항과 항만 부문의
투자가 과투자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상해의 푸동공항과 항만을, 일본은 간사이공항과 고베항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

홍콩의 첵랍콕공항은 개항한 후 계속 확충 중에 있다.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대폭적으로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한국은 인천국제공항이 내년 말이면 모습을 드러낸다.

계획상으로는 일단 아시아 제일이다.

여기에 부산 가덕도항만이 준비되고 있고 광양항을 계속 확충하면 동북아의
물류국가로 떠오를 수 있다는 복안이다.

지정학적 여건도 우수하다.

지금도 상당부분 중국의 중계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북한진출이 거론되면서 북한지역 철도의 개선이 검토되고
있다.

북한의 협조를 얻으면 우리의 철도망은 러시아철도나 중국철도를 통해
유럽지역까지 연결돼 수송코스트가 적게 들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보내는 물량의 5.7% 정도가 극동러시아
항구를 통해 러시아철도를 이용했다.

최근엔 이 비율이 4.6%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철도망이 연결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이 철도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주 고객이다.

이런 이슈들이 모두 동북아국가간의 경제협력과 교통통합방안의 일환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이미 항공 육상 해운 등 모든 수송수단에 있어 단일시장화
했다.

고속도로와 철도망으로 전 유럽지역을 체계적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북미도 시간이 걸리기는 했으나 항공시장의 자유화를 이뤘다.

운송시장의 장벽은 거의 철폐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동북아에는 수송부문의 자국보호적 장벽이 많다.

법적 제도적 기술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

인천국제공항을 열고,고속철도를 만들고 부산신항을 준비하면서 동북아의
물류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로서 동북아시아의 교통통합을 주도할 준비가
필요하다.

마닐라에서 이미 한.중.일 3국 정상은 동북아 경제협력 관련 연구지원을
합의한 바 있다.

우리가 동북아교통라운드를 선도하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