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시장을 말할 때 대구 약령시를 빼놓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대구 약령시는 전국 유일이자 3백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약전문시장
으로서의 명성을 고수해왔다.

한때 민족의식을 고취한다는 이유로 일제로부터 탄압을 받기도 했고 서양
의술의 보급과 함께 침체기를 맞기도 했지만 지금도 전국 한약 도매가격을
주도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구 중앙로와 서성로 사이 폭 12m, 길이 8백여m의 다소 비좁은듯한 길다란
길.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약재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한약방 56개, 약업사 73개, 한의원 24개, 약차집 2백여개 등 3백50여개의
업소가 나란히 처마를 마주하고 있고 약재 전시관, 약업사, 한의사회관 등
갖가지 간판이 연륜만큼이나 점잖은 표정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세월의 흐름에 무관심해 하는 것 같았던 이곳에도 최근 들어서는 현대화,
과학화, 수익성 증대 등을 추구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관광단지 조성, 산학협동, 대규모 재배단지 가꾸기 등의 흐름이다.

대구시는 이곳을 관광특구의 성격을 지닌 한방특구로 지정해 국가적인 지원
아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일대에 한방거리를 조성해 한의약 전문박물관, 한의약 연구소를 설립하고
근교에는 한약재 재배단지를 조성한다는 한다는 계획이다.

또 산학협동으로 한방의약품.한방식품.한방의료기 등 한방 관련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육센터까지 설치됐다.

한의대가 주력인 경산대는 최근 한약재를 넣은 건강식품, 한방화장품,
한방드링크제, 약탕기 등의 개발을 통한 한방의 과학화를 추진중이다.

경산대의 한방보육센터는 유망업체에 자본의 일부를 출자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업체를 지원 육성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경산대는 이를 위해 11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관광화사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약령시와 대구를 알리기 위한 관광안내소도 얼마전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관광안내소와 함께 전문관광안내원이 상근배치되고 각종 홍보자료
도 비치돼 있다.

대구시도 달구벌 축제의 행사중 하나로 이곳을 포함시키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약령시를 전국적인 명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전휘 약령시보존위원회 이사장은 "경남도가 가상 인물인 유의태선생
한방성지를 만들기 위해 6백30억원을 투자했고 서울시도 경동시장에 2백억원
을 들여 한의약 관련 건물을 짓고 있다"며 약령시의 도약을 위한 시의 지원을
요청했다.

<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