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김우중 회장이 전경련을 계속 이끄는게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장사인 대우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김우중 회장이 물러날 때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8일 호텔신라에서 한.일재계회의 오찬을
가진후 김우중 회장에게 재계의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손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려운 여건에서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계속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는 전경련 회장단과 재계 원로들의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우중 회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재계의 의견을 전해 들은 만큼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진퇴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재신임 배경 =재계는 전경련 회장직은 누가 왈가왈부할 자리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회장사인 대우가 비록 여려움에 처했다고 회원사들이 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 부회장이 김 회장 거취문제를 물었을 때도 대부분의 회장단들은 이같은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계는 전경련 회장직이 추대에 의한 자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 회장직은 누가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하지 않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경련 회장은 총회 전에 재계 의견을 충분히 모아 뽑는게 관례였다.

때문에 선출된 회장에 대한 뒷말이 전혀 없었던 명예로운 자리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기업 총수들은 이같은 전통이 지키지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추대한 회장을 끝까지 믿고 따르는게 미덕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현확 고문 등 원로들도 김 회장의 중도 하차가 좋지 않은 선례가 된다는
점을 들어 김 회장 체제를 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경련
측은 전했다.

<> 남은 것은 김우중 회장 결심 =이제 공은 김 회장에 넘어갔다.

전경련 회장직 진퇴여부는 전적으로 김 회장이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재계가 한목소리로 김 회장을 재신임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재신임을 받은 만큼 당분간 별다른 잡음없이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재계는 김 회장이 지난달 30일 재계 의견을 존중해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당장 사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전경련은 오는 22~23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국제자문단 회의를 치러야
한다.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후 의욕을 갖고 주선한 국제 회의다.

이 회의에는 키신저 미국 전 국무부장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류조
세지마 이토추상사 특별고문 등 국제적인 인물들이 참석한다.

이들 국제자문단 인사중에는 김 회장과 친분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김 회장이 설혹 전경련 사퇴의사를 밝히더라도 국제 자문단 회의때
까지는 회장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내년 2월 총회까지 회장직을 유지하다 시간여유를 갖고 후임자를
물색한 후 자연스럽게 용퇴할 수도 있다.

어쨌든 재계의 재신임에도 불구하고 전경련 회장 사퇴 문제는 이제 김 회장
이 언제 어떤 결정을 할지만 남았다.

대우의 관계자는 "김 회장이 현실적인 상황론을 들어 사퇴할 뜻을 여러차례
내비친 만큼 회장직을 오래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당장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할 적임자도 마땅치 않고 손병두 부회장
이 김 회장을 보필해 전경련을 무난히 꾸려가고 있는 만큼 김 회장체제유지
를 점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물론 대우 처리방향에 따라 김 회장의 운신의 폭이 결정되는 만큼 현 시점
에서 단정적으로 모든 것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