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조 < 베를린 자유대 교수 >

카를-폴라니(Karl Polany)는 자본주의 시장을 두형태로 분류했다.

하나는 "형식적 시장"이며, 다른 하나는 "실질적 시장"이다.

전자는 형식화된 수요공급관계를 말하는 것이며, 후자는 실질적인 면에서
"인간"과 "사회환경"간의 관계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삼성자동차 문제를 "시장원리"라는 원칙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면 국민경제
에 미치는 역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시장의 절대적 우위성"을 알면서도 정부가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에 있어
실물경제 입장에서 용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다.

실질적 시장경제를 위한 결정이었다.

사실상 현안문제는 얼핏보면 "삼성자동차"에 국한된 문제같아 보이나 논쟁의
초점은 이미 이 차원을 벗어나 한국자본주의 현주소및 미래초석을 어떻게
놓는가하는 문제와 직접 연관이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문제 수습의 현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승인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한다.

둘째 이건희 회장 사재가 포함되어 있는 삼성생명의 상장에 따른 자본이익에
대해서는 객관적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 강구될 것으로 안다.

셋째 부산자동차 공장처리문제는 어떻게 해결될지 유보상태이다.

그러나 정부는 생산가동을 우선시하는 편이다.

이상과 같은 삼성자동차 처리과정과 관련하여 몇가지 제의를 하고 싶다.

우선 정부의 리더쉽에 관해서이다.

정부는 현안의 해결 돌파구를 찾는데 부심했다.

그간 경제정책에서 보여준 혼선을 불식하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실 즉, 재벌총수가 사재를 출연해 스스로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부가 하고자하는 방향은 경제전문가라면 누구라도 언급할 수 있는
"시장원리적 해결책"을 보완하는 호의적 조치(bona fide)이다.

선진국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이미 오래전에 발터 오이켄(Walter Eucken)은 순수한 시장원리는 있을 수
없다고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심화하는 자본주의 경쟁속에서 "시장경제의 현실화"에 관한 구체적 토론이
우리나라에서도 있어야겠다.

그러나 실물경제문제에 있어 해결책을 찾기 전에 "정부의 일방적 특혜"
"이 회장의 부정주식 매매"등을 거론하여 여론에 의한 "사전판결"을
기도하는 것은 우리나라 자본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한국자본주의와 자본가간의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에 이 회장이 출연한 사재로는 삼성자동차 부채를 전부 상환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로 더 내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채권단이 논의할 문제를 성급한 사람들이
미리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필자는 한국 재별들과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선택한 이상 우리 경제.사회는 최소한의 "양보"와 "예의"
가 있어야 하며 자본가, 근로자 모든 경제주체에 대해 개인 노력과 능력에
존경심을 보내야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기초상식이다.

우리나라는 걸핏하면 재벌총수들을 부정축제자로 생각하거나 경제전문가들과
자칭 경제정의가들의 논쟁에 이리 끌리고 저리 끌려다니고 하는데 이것을
투자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없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H재벌 J회장 또는 S그룹 L회장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회"가 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본다.

셋째 자동차 공장은 다르다.

항간에는 삼성자동차공장 처리문제에 대해 문을 닫아야 한다, 또는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전자/전기산업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차산업을 20년 이상 연구하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는 이 문제는 쉽게
탁상공론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많은 자동차공장이 있지만 갑자기 문을 닫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
아니면 독일의 폭스바겐(VW)이 미국 웨스트렌드(West land)에서 철수한 것
뿐이다.

필자는 정부가 부산공장에 관해서 속단을 내리지 않은 애유도 생산공장이
전무한 4백만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에 이 공장마져 문을 닫으면 국민경제,
지역경제에 얼마나 피해가 올 것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아가서 미 일 독 불 등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수백만대의 자동차
생산을 하는데 "과잉생산"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데 왜 우리 스스로가 과잉
생산 운운하며 "자학"하고 있는지?

나아가서 삼성은 자동차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2~3년만에 SM5라는 좋은 차를
생산한 경험이 있는 여건 등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은 과잉생산이 아니고 "좋은 차"를 만드는
기술이 없다는데 있다.

앞으로 채권단의 바람직한 결정을 기대해 본다.

지금 치열한 세계자본주의 경쟁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 한가지
"단합"이다.

쉽게 말하자면 "똘똘 뭉쳐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DJnomics" 서문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당면한 경제위기에 피상적인 처방보다는 자기실현에 입각한 새로운 사회.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추구하자"고 했다.

바꿔 말한다면 국제화를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

[ 필자 약력 ]

<>서울대 정치학과
<>베를린 자유대 정치학박사
<>독일 루르대 동양학부학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