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제당 "식물나라" ]]

제일제당의 식물나라는 화장품의 슈퍼판매시대를 활짝 연 개척자적
상품이라는 점에서 화장품업계 안팎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품이다.

식물나라는 소비자들이 손쉽게 제품을 살수 있는 슈퍼마켓을 유통경로로
개척하고 "화장품=생활필수품"이란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피부필수품 슈퍼에서 찾으세요"란 광고문구로 슈퍼마켓을 주로 찾는
20~30대 여성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이미지상품인 화장품은 백화점등 고급스런 매장이나
전문점에서 주로 구입한다는게 고정관념이었지만 식물나라는 이를 깨뜨렸다.

과거 화장품업체들은 일부러 비싼 소비자가격을 매긴뒤 과도한 할인경쟁을
벌여 일반소비자는 물론 유통업자들마저 가격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제일제당은 이런 관행을 처음부터 무시하고 기존 제품값의 50~60%
수준으로 정찰판매를 고수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다른 업체들의 기초화장품 가격이 개당 1만5천~2만원인데 비해 식물나라
제품은 8천~1만원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싸구려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화장품은 여성의 유행심리와 맥을 같이하는 상품이다.

여성들은 서로 얼마나 비싸고 고급스런 화장품을 쓰는가를 은근히 비교한다.

소비자의 이런 심리상태에서 싸구려 느낌을 주는 슈퍼에서 화장품을 판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이에따라 제일제당은 화장품을 왜 슈퍼에서 사야되는지에 대해 소비자를
설득하기로 하고 광고의 초점을 여기에 맞췄다.

먼저 광고컨셉트를 "식물나라는 피부필수품"으로 잡았다.

필수품이니까 슈퍼에서 사야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서였다.

모델도 평범한 무명모델을 썼다.

이를 통해 "식물나라=피부필수품=슈퍼판매=보통사람"의 이미지를
갖춰나갔다.

이 전략은 효과만점이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식물나라가 인기를 끌자 일부 화장품할인점 등에서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거품가격제거와 정찰제정착을 위해
유통망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제일제당은 유통경로만이 아니고 고품질유지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상품의 기본인 품질면에서 경쟁제품들에 결코 뒤지지 않게 만들고 있다.

식물나라가 아무리 피부필수품이고 정직한 가격이라도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성공할수 없기때문이다.

필수품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용기도 플라스틱병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화장품들이 쓰는 유리병은 어딘지 필수품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문제는 외견상으로 플라스틱병이 유리병보다 20%정도 작아보이는데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동급유리병보다 크기를 키웠다.

< 양승득 기자 yangs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