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 전경련 상근부회장 >

한국의 금융위기와 관련해 두가지 대립적인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금융위기 원인을 내부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관치금융이나 기업들의 과도한 차입을 지적하는 견해들이다.

또 하나의 견해는 세계적인 무역환경의 악화 등 외부적 요인을 위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외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했고 위안화와 엔의 절하가 한국
수출에 주었던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고 있다.

나 자신은 외부 요인이 주된 역할을 하는 가운데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본다.

그러나 어떤 견해를 취하든 간에 IMF가 기업분야의 급진적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큰 수술일수록 충분한 시간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해 신속하게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증권시장은 외국인에게 전면적으로 개방되었고 적대적 M&A와 토지소유가
허용되는 등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들이 잇달아 취해지고 있다.

기업들 역시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을 강화하기 위해 한계 기업을
팔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행스런 것은 5대 그룹이 오는 99년말까지 채권발행 사업부매각 전략적
제휴를 거쳐 모두 2백83억달러를 조달하기로 한 점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기업부도가 늘어나고 장래에 대한 확신은 심각할
정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최근 동향만 하더라도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아시아위기 재연 우려도
다시 높아졌었다.

엔과 위안화 안정을 위한 국제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