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최종타결된 한.미 항공자유화협정(일명 오픈 스카이협정)은
상호주의에 바탕을 둔 시장자율 및 경쟁의 논리가 항공시장에도 예외없이
관철되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번 협정타결에 따른 이해득실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제부터 국적항공사들의 경쟁력은 정부규제가 아니라 국내외 항공시장에서의
서비스와 가격에 좌우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난 57년 한.미 항공협정이 체결된 이후 실로 41년만에 새 협정이
체결됨으로써 한.미 양국의 항공사들은 서로 상대국에서 운항노선 기종 횟수
운임 영업제휴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어떤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국적항공사들은 지금까지는 미국내 12개 도시만 운항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미국내 어느 곳이든지 운항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국을
거쳐 제3국으로 갈 수 있는 이원권도 종전의 남미 2곳, 유럽 1곳 등 3곳에서
무제한으로 넓어지게 됐다.

이때문에 건설교통부는 수십년만에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을 대체했을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항공시장에서 국적항공사들이 영업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최근 심각해진 경영난 완화를 기대할 수 있고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건설중인 인천 국제공항을 동북아지역의 중추
공항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양국 항공사간 항공기 및 승무원의 포괄적 임대차, 무제한 기종변경,
제3국 항공사와의 영업협력 등이 허용됨에 따라 그동안 정부규제의 보호아래
상대적인 우위를 누리던 국적항공사들의 국내영업이 자칫 위축될 여지가
커졌다.

그동안 국내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못해온 미국 항공사들이 이런 방법을
동원해 국내 항공서비스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측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항공기 및 승무원의 포괄적 임대차는 성수기 또는 항공기정비에 필요한
경우로만 제한하고, 제3국 항공사와의 영업협력도 기존의 항공협정으로
형성된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규정 등이 그예다.

하지만 국적항공사들은 이번 협정이 국내외 항공서비스 시장에서 갈수록
거세질 시장자율 및 경쟁격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70년대 후반에 항공서비스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단행해
경쟁력없는 항공사들을 정리했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새 협정타결은 미국이 이같은 자신감을 배경으로 금융 통신 등에 이어
항공시장에까지 상호주의에 바탕을 둔 시장개방 압력을 본격화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국적 항공사들이 국제경쟁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향상시키느냐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