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3일로 마감된 국내금융기관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이 순조롭게
끝났다는 소식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이로써 단기외채 비중이 작년말의 44%에서 30%로 크게 낮아져 단기
외화유동성 부족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가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비록 외환위기극복의 큰 고비를 넘긴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외 불안요인을
감안할때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신규 외화조달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마감시한까지 연장대상 채무인 2백25억4천8백만달러의 96.1%인 2백16억7천
4백만달러가 1년에서 3년까지의 중.장기채로 전환됐는데 만기별 구성비는
1년짜리가 17%, 2년짜리가 45%, 3년짜리가 38%이다.

이처럼 순조로운 만기연장은 국제금융계가 일단은 우리경제의 개혁및
회생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표시로 해석할 수 있다.

외채연장외에도 IMF 지원자금 및 주식.채권시장을 통한 외자유입에 힘입어
3월12일 현재 가용 외환보유고가 2백2억2천만달러에 달했다.

이밖에도 지난 11월이후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고 최근 거주자
외화예금잔고가 63억달러에 달하는 등 외화사정이 많이 호전됐다.

따라서 원화환율이 연 5일째 하락세를 지속하며 달러당 1천5백37원70전까지
떨어지는 등 국내 외환시장이 안정돼가는 기미가 뚜렷하다.

하지만 외환위기 극복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국내외에 외환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불안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에 만기연장된 금융기관 단기외채 이외에도 올해안에 갚아야 할
민간기업의 단기외채가 현지금융까지 합하면 수백억달러에 이른다.

비록 민간기업 단기외채의 만기연장비율이 지금까지 70%를 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부실채권및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대기업 구조조정 등이 지지부진할 경우
언제든지 국가신인도 추락및 외자유출사태가 재연돼 다시 어려운 고비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금사에 이어 최근에는 리스사의 외화자금난이 부각되는 등
금융불안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으며 올해 외채 원리금상환 부담만
3백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국제신용평가기관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아직도
"투자부적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13일 현재 정부가 국내에서
발행한 10억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 채권판매가 극히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악화되고 있는 인도네시아사태, 중국위앤화의 평가절하가능성,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일본경제 등이 돌발적인 상황을 몰고올 수
있다.

따라서 외환위기극복은 이제부터라는 각오로 과감한 경제개혁을 통해
국가신인도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외화자금 신규도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그결과 원화환율이 안정되고 그래야만 살인적인 고금리에 신음하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