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 한국벤처창업정보원장 >

지난 연말 우리는 이른바 IMF사태라는 미증유의 사건을 맞이했다.

빚을 갚을 외화가 부족해 국제통화기금에 구조금융을 요청하게 된 이
사건으로 우리사회는 실로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단일 사건으로 다수 국민에게 이처럼 큰 고통을 준 사건은 한국전쟁이후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나 우물안
개구리가 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80년대와 90년대로 이어지는 장기간에 걸친
경제구조가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전환되는 구조조정기를 거쳤다.

특히 미국의 경우 주요 대기업이 수만명단위로 대량 감원을 했고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외국으로 팔려나가는 수모를 감수했다.

구조조정기 초기단계에서 있었던 80년대에는 8년동안 경제대국의
자리를 일본에 내주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일본을 배우자"라는 모토를 내거는 등 혼돈상태에 빠졌있던 미국이
시행착오끝에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벤처"였다.

벤처와 창업가정신을 장려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던 것이다.

89년 백악관에 소규모사업을 위한 대통령위원회가 설치되었고 여기에서
90년대를 창업의 10년으로 선포했다.

이에따라 연간 70만개가 넘는 엄청난 수의 기업이 생겨나고 비슷한 수의
기업이 도산하는 창업경제가 형성되었다.

일본도 주식과 부동산가격이 대폭락하는 등 거품이 걷히면서 부도난
중소기업사장들의 자살이 속출하는 등 고통을 겪었다.

적자생존 상황에서는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롭게 출현해서 살아남는 신사업들은 산업사회가 아니라
정보화사회에 기반을 둔 사업들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생겨난 신사업들은 경쟁력이 강한 체질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IMF사태를 맞게 된 근본원인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한 탓이다.

그러므로 그 극복방법도 자명해진다.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이 신사업에 도전해서 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산업구조조정의 결과는 궁극적으로 소수의 대기업을 대신해서 다수의
소규모 기업들로 구성된 경제로 나타난다.

대규모 기업들에서는 고용감소가 일어나는 반면 소규모 신생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그러나 급격한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방만한 소비풍조에서
벗어나 검소한 생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에따라 고급전문점들이 퇴조하고 할인점이나 중고품 판매점들이
부상하는 등 업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산업구조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자원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외부에서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 활기를
띠게 된다.

또 산업구조 조정기에는 각 경제주체들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스트레스해소사업은 이 시기에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다.

구조조정 초기단계에서 가격할인 사업지원 아웃소싱 생활지원
스트레스해소 재택사업 등을 키워드로 삼는 뉴비즈니스들이 나타나 불황중
호황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이 사업들은 그후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한다.

어쨌든 우리사회는 IMF시대를 거쳐 지식정보화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정보화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창업가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들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성과급제도 등을 도입해서
종업원들에게 창업가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내에 있든 자신의 사업을 하든 창업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살아남을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