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창희 <노동교육원 연구위원>

요즈음 대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거나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금융가와
산업계 전반이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해외신용도가 급락하는 등 가히
국가적 경제위기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구매력 약화로 판매부진에 고비용까지 겹쳐
사업전환을 고려하거나 사업구조조정과 규모축소를 준비하고 있는 경영자의
심정은 착잡할 것이다.

또 이럴수록 가슴 죄며 불안해 하는 마음은 부도위기에 있는 사업장의
종업원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한달음에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그다지 앞뒤 분간
없이 사세를 확장하고 기술을 도입하여 단기이익을 노렸으며 저임금의
근로자를 활용하는데 급급해온 것이 사실이었다.

근로자들은 그들대로 경제의 발전과 기업의 성장이 마냥 계속될 것으로
여겨 불안한 미래가 올 것에 대비하여 자신을 단련하고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였다.

결국 경영자는 회사의 존립을 위한 사업을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근로자는 고용보장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고착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임시적으로 처방할수 있는 몇가지 방법들을 들수 있다.

어려운 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이라든가 M&A의 활성화, 고용조정제약의
완화, 근로자들에 대한 실업보험, 창업지원, 직업알선, 전직훈련 등이
제시될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조직을 혁신하고 근로자들의 능력을 개발하여
튼튼한 기업을 만드는 것만이 고용불안과 취약한 경제를 해결할수 있는
길이다.

근로자의 능력개발은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뿐 아니라 취업능력 향상과
자기계발을 통해 고용안정을 달성할수 있는 긴요한 과업이다.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은 근로자의 직업능력이 생산성향상에 어떻게
기여하며, 어떻게 근로자들로 하여금 능력을 발휘하는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형편이다.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학력 위주로 일단 채용하게 되면 오리엔테이션과
현장훈련(OJT)을 통해 일정한 기능을 습득하도록 할뿐 개인의 발전을 통한
조직개발과 능률제고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흔히 경영자들은 근로자의 교육과 훈련을 근무자세애 대한 정신교육이나
기존의 직무를 습득하는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야말로 인적자원으로부터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비용최소화 측면에서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소극적 경영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취약한 점은 물론 기술혁신의 부족이나 무리한 사업확장,
높은 부채의존도에서 상당부분 찾을수 있으나 더 중요하게는 근로자의
잠재능력 개발과 자율적인 능력발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수 있다.

경제구조 고도화로 고능률작업체계가 더욱 요구되는 향후에는 인적자원의
역할이 핵심적인 요소로 부상하게 된다.

따라서 튼튼하고 강한 기업을 원하는 경영자는 근로자 능력개발과 발휘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가울여야 할 것이다.

근로자 능력개발은 이제 근로자에게 생존전략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교육과 훈련이 현행 직무의 생산성 향상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졌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교육과 훈련을 근무의 한 형태나
휴식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회사가 부도로 폐업한다거나, 감량경영으로 대량해고에 직면하게 되었을때
어떤 근로자가 마땅히 재취업될 가망이 없고 곧 직장을 잃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하거나 반대로 업무태만과 이완을 즐기는
근로자들은 재취업능력이 떨어져 급작스러운 실직에 생계의 위협을 받게
된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자신의 능력개발과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금전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동조합도 임금이나 복지와 같은 현재의 분배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미래의 분배가 될 능력개발에 회사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요청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 능력개발이 노사양측에 똑같이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그 내용에
대한 요구가 노사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수 있다.

경영자는 현재의 직무능력 향상이나 예정된 기능습득에 관심이 있으나
근로자는 광범위하게 적용될 개인의 일반적 능력개발에 보다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기능훈련과 개인발전간 균형있는 투자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요컨대 기업이 튼튼해지고 경제가 강해지면서 근로자들이 안정된
직장생활을 할수 있는 전략으로서 근로자로 하여금 기능과 지식, 능력을
개발하도록 노사는 물론 정부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