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의 21세기 엘도라도"

국내제약업계가 2000년대의 번영을 약속할 신약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방제품생산으로 온실속의 화분처럼 커 왔지만 이제는 신약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는 것.

곧 신약개발능력이 업체는 더이상의 존립기반을 상실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속에 많은 제약업체들이 인력과 자금을 보강하고 신약개발
전략을 새로 짜는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는 근대 제약산업이 태동한지 1백년, 국내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본격
착수한지 10년째이다.

제약업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신약1호가 내년쯤에나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그 영광을 쟁취하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신약개발에 착수한 업체는 줄잡아 30여사.

이들은 총 1백98종의 신약후보물질을 내놓고 사운을 건 상품화에 주력하고
있다.

10종은 사람을 대상으로한 임상실험에 들어갔고 72종은 동물을 대상으로한
전임상실험을 진행중이다.

나머지 1백16종은 신물질탐색및 합성단계로 뼈대를 갖추지 않은 것들이다.

제약업체가 신약개발에 열중인 분야로는 항암제 항생제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선경제약의 항암제 "SKI2053R"의 경우 임상II b상을 진행,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선경은 임상실험결과 위암환자의 17.1%에서 암세포가 절반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기존항암제인 백금착제항암제인 시스플라틴과 비슷한
항암효과를 내면서도 독성은 크게 약화된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올 연말까지 임상실험을 끝내고 98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판에 나설 계획
이다.

이를 뒤따라 동아제약의 항암제 "DA-125"는 지난해 4월부터 임상II상에
들어갔는데 내년 하반기쯤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물질은 임상I상 결과 기존 항암제보다 독성이 크게 줄어 조혈기관에
약간의 독성을 띠는 이외에는 반복축적현상이나 심장독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동아는 밝혔다.

유한양행의 간질환치료제 "YH-439"가 세번째 진척을 보이고 있는 아이템.

YH-439는 현재 임상II상 실험을 진행중인데 미국의 임상실험기관인 IRDC
등에 의뢰해 전임상실험을 진행한 결과 독성이 없고 간장질환치료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부광약품의 혈전생성억제제 "아스파라톤", 제일제당의 녹농균백신 "슈도백"
이 임상I상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밖에 퀴놀론계항균제에서는 중외제약의 "Q-35", 동화약품의 "DW-116",
LG화학의 "LB-20304a", 제일제당의 "CFC-222" 등이 국내외에서 I상이나
II상을 진행중이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대웅제약의 외상치료제인 상피세포성장인자(EGF) "DWP-401" 등이 I상
임상실험에 돌입한 상태로 총 10개 신약후보물질이 실제임상적용을 위한
시험무대에 등장한 상태다.

이런 순수한 신약외에 기존의 신약을 투여방법 제조방법 생산수율면에서
개선한 개량신약에 대한 개발열기도 뜨겁다.

녹십자와 LG는 C형간염백신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신제약의 피부로 인슐린을 주입하는 당뇨치료제, 삼양사의 피부흡수
약물전달체계의 연구개발 등도 그같은 사레다.

정유회사인 유공은 항우울제, 식품회사인 미원은 비인슐린형당뇨병치료제의
신약개발에 나서는등 제약업종 이외의 기업들도 신약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신약개발 열기는 전체적인 경기불황속에서도 이들이 연구
개발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리고 있는데서도 알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1백대 제약기업들은 지난해 총
1천8백9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매출액의 4.27%를 지출했다.

매출액대비 연구개발비 지출비율은 지난 90년 3.28%, 94년 3.75%, 96년
4.2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를 보유한 64개 제약업체의 지난해 연구개발비 지출비율은
5.02%로 더욱 높다.

업체별로는 LG화학이 2백70억원(49.3%)을 써서 금액이나 지출비율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녹십자는 1백44억원(7.15%), 제일제당은 1백35억원(9.88%)을 지출해 2,3위
를 랭크하고 있다.

선경제약도 매출액의 약 39%인 63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해 대기업계열의
제약회사가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에 투입되는 인력도 점차 늘고 있다.

제약업계 연구직원은 94년 3천4백25명에서 96년 3천5백68명으로 늘었다.

신약개발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늘고 있다.

과학기술처가 주관하고 있는 선도기술개발사업(G7)에서 업체별로 연구하는
주관연구과제에는 66억여원, 여러업체가 함께 진행하는 공동연구과제에
29억여원, 핵심산업기술개발사업과제에 61억여원 등이 지난해 지원됐다.

이밖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과제에 6억6천만여원, 공업기술개발사업
과제에 1억9천만여원 등이 지원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신약개발에는 장애가 많다.

우선 자금과 연구인력이 선진국과 비교할때 절대적인 열세다.

세계 10위권의 제약업체가 매년 20억달러에 육박하는 연구비를 쓰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전체의 연구개발비는 2천억원을 못넘고 있다.

그나마 연구비의 35~40%가량은 인건비다.

연구인력의 질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약1천여명의 석사급 이상 인력이 신약개발에 종사하고 있으나
다국적 제약업체는 1개업체만 하더라도 1천~2천여명의 박사급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외형적인 왜소함이 아니라 신약개발을 지지
하려는 정부와 제약사의 열정이다.

정부는 반도체 정보통신에 이은 차세대 유망벤처사업으로 신약개발사업의
우선순위를 높여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신약개발을 국민보건향상의 차원을 뛰어넘어 산업경제정책에서 접근해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국내업체가 거세게 몰려드는 다국적 제약업체의 외풍을 견디기 위해서는
신약개발능력을 갖춰야 하며 이에 합당한 국제적 영업능력도 갖춰야 한다.

정부도 신약개발에 대한 정책부재에서 탈피, 21세기를 겨냥한 강력한 개발
드라이브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것이다.

이와함께 제약산업도 철저히 시장의 원리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백여개의 업체가 나눠먹기식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난맥상으로는
외국거대제약회사와 대적할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제약업계내의 구조조정과 업체간 연구협력이 이뤄져야
외국거대제약회사와 맞설수 있는 자생력을 갖출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