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와 일반 상거래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자화폐 시대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전자화폐는 IC칩(스마트칩)이 내장된 플라스틱 카드나 공중정보통신망과
연결된 PC 등의 전자기기에서 전자기호 형태로 화폐적 가치를 저장했다가
상품구매 등에 사용하는 전자지불 수단을 의미한다.

저장수단에 비중을 둘 경우에는 전자지갑, 지불교환기능에 초점이 맞춰지면
전자화폐라고 구분하기도 하나 통상 일반적으로는 구별없이 전자화폐로 통칭
된다.

전자화폐의 외형상 특징은 자기띠를 기억장치로 사용하는 기존의 신용카드
와 달리 마이크로프로세서(스마트 IC칩)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들어있는 만큼 전자화폐는 그 자체에 컴퓨터처럼
기록된 잔고에서 돈을 빼거나 더하는 계산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자동현금지급기 같은 기계를 이용해 카드에 전자식으로 돈을 집어
넣을 수 있으며 돈은 예금계좌에서 플라스틱카드로 이체돼 메모리칩에 저장
된다.

소비자들은 이 카드의 판독기를 갖춘 곳이면 어디서든지 가치가 내장된
전자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구매가 이뤄지고 나면 카드판독기는 상품가격만큼의 액수를 카드에서
공제하고 고객에게 영수증을 발급해준다.

카드에 내장된 돈을 다쓰면 은행의 금전자동출납기에서 카드에 돈(가치)을
충전하면 된다.

따라서 현금을 수송 보관하는데 따르는 비용이 절감된다.

보안성과 비밀장치가 뛰어나 분실이나 도난시에도 기존의 신용카드처럼
다른 사람이 부정 사용할 위험도 없다.

지금까지 개발된 전자화폐는 마스타카드의 "몬덱스 카드"와 비자카드의
"비자캐시" 두가지.

세계 전자화폐 시장을 장악하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사는
호주 홍콩 대만 영국 등 여러나라에서 시범운용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도 양사의 계획과 별도로 내년중 신용 직불 선불 등의 기능을
갖춘 전자화폐를 시범운용할 방침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마스타와 비자는 우리 정부의 계획과 별도로 내년초부터 자신들이 개발한
전자화폐를 시범운용할 세부계획을 마련중이다.

몬덱스 전자화폐는 중앙은행 성격의 중앙기구(Originator)에서 돈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몬덱스가치"를 발행하면 각 은행이 이를 구입해 ATM
(현금자동지급기) 등을 통해 개인에게 지급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개인은 휴대용 장비(Wallet)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화폐가치를
이전해줄 수 있다.

화폐사용의 익명성도 보장된다.

몬덱스 카드는 화폐기능 외에 EMV(국제전자화폐 표준규격)에 맞는 직불
신용카드 및 각종 부가서비스를 추가하는게 가능, 원카드 개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 기존 금융인프라의 교체비용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개인간 자금이체가 가능하고 몬덱스가치를 발행하는 중앙기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통화관리라는 문제로 각국 정부와 부딪치기도 한다.

은행을 경유하지 않는 개인간 자금이체로 음성적 자금거래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편 비자캐시는 비자인터내셔널이 EMV규격에 기초해 개발한 전자화폐로
은행의 ATM에서 필요한 만큼의 금액만 IC카드로 옮겨 사용케하는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몬덱스와 마찬가지로 직불 신용 전자화폐 기능까지 포함하는 원카드
개념으로 개발됐다.

몬덱스가 앞선 개념이긴 하나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기피하는
나라가 많아 자기띠 다음 단계로서의 IC카드 전자화폐를 지향하는 비자캐시가
당분간 IC카드형 전자화폐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럽 호주 대만 등지에서 시범운용되고 있으며 우리 정부가 내년중 시범
운용에 들어가는 전자화폐도 비자캐시형이다.

전자화폐가 별다는 문제없이 사용되는 날 인류는 지금까지 화폐나 신용
카드에 의한 통상적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화폐혁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