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걸고 지하철도 탄다"

"용인 에버랜드에서 야외결혼을 한다"

"주중 골프장 예약을 한다"

"토요 휴무일에 여행을 떠난다"...

카드 한장이면 만사가 통하는 "카드만능시대"를 맞고 있다.

카드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호주머니를 일시적으로 채워주거나 물건값을
대신 치르는 수단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요즘들어 180도 달라졌다.

수백만원대의 병원비나 변호사 수임료까지 해결해준다.

목돈도 마련해준다.

국제전화도 건다.

기차표 항공권은 물론 호텔 콘도 등을 예약한다.

말한마디면 보험도 가입할수 있다.

서비스가 이 정도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선물이나 꽃 케이크를 배달시킬수도 있다.

극장 경기장의 입장권도 예매할수 있다.

이사 결혼 장례도 부탁할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합건강진단도 값싸게 받을수 있다.

카드사용 실적에 따라 혜택을 받을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카드이다.

카드사용 실적에 따라 자동차를 살때 일정률을 할인받을수 있다.

마일리지가 일정 기준이상이 되면 무료항공권을 받을수도 있다.

서비스 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뭐든 긁기만 하세요"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직장인의 지갑속에 한두장쯤은 들어있는 신용카드.

가로 8.6cm 세로 5.4cm의 얄팍한 플라스틱 조각에 불과하다.

보잘것 없는 이 물건이 "도깨비 방망이"로 조화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비씨 국민 등 8개 카드사들은 공항라운지 무료이용, 항공여행 불편보상,
항공상해보험, 여권및 휴대품 분실시 조치 회수, 긴급항공권 예약및 숙박
예약, 현지 변호사및 법률사무소 정보제공 등 여행관련 서비스상품을 경쟁적
으로 내놓고 있다.

해외긴급의료 지원상품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외국어에 능숙지 못한 회원들이 외국에서 갑작스럽게 아프거나 사고를
당했을때 이를 도와주기 위한 서비스이다.

현지 한국어 통역인 소개, 한국인 의사와의 전화의료 상담, 현지병원입원
안내및 수속 대행, 장기입원시 친지 방문을 위한 왕복 항공권 제공 등이
그 예이다.

생활편의 서비스 경쟁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카드사들은 금융재테크 무료상담, 24시간 홈쇼핑, 특산물 배달, 이사 대행,
건강 진단, 출장 연회, 꽃 배달, 웨딩, 도서 배달 등 서비스 경쟁에 나서고
있다.

카드 회원이라면 집에서도 웬만한 생활편의는 제공받을수 있다.

자동차 관련서비스 상품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24시간 긴급 출동, 자동차 검사및 폐차 대행, 렌터카 할인, 중고자동차
매매정보, 교통사고 보험상담, 자동차 론 등이 그 예이다.

이처럼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카드발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6월말기준 카드발급장수(한국은행 발표기준)는 2,767만7,000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47만1,000장에 비해 23.2%나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중의 취업자수 2,105만명의 1.3장에 이르는 것이다.

국내 취업자들은 1인당 1.3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전체 국민을 4,500만명으로 볼때 국민 1.6명당 1장의 신용카드를
갖고있다고 할수 있다.

신용카드 발급수는 <>94년6월말 1,691만7,000장 <>94년말 1,948만3,000장
<>95년 6월말 2,247만1,000장 <>95년말 2,544만6,000장으로 해마다 크게
늘어났다.

가맹점도 따라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 6월말 기준으로 전국 가맹점수는 179만7,000개소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9만6,000개소에 비해 28.7%나 늘어났다.

여행 자유화에 따라 해외사용 실적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중 해외사용 실적(한국은행 발표기준)은 8억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억1,200만달러에 비해 57.2%나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중의 전체 해외여행경비 증가율 22.1%의 3배에 가까운
것이다.

이같은 카드보급및 사용확대 추세는 신용사회로 자리잡아 가면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카드산업의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운 정부의 카드산업 구조개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카드산업은 덩치불리기를 계속 할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