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을 두달반 앞두고 본궤도에 오른 미국의 올 대선전은 비록 열기는
여느때 보다 덜하나 2001년 1월까지를 임기로 한 21세기 첫 대통령의
선출이란 의미만큼 두드러진 양상을 띠고 있다.

한마디로 양당의 색깔이 헷갈리는 보수화 경쟁이 반이민 시책강화,
빈민-노인 복지축소에다 대내지향적 성격을 가속화시켜 가고 있다.

이같은 흐름이 오늘날 유일 초강국이 된 미국이란 배를 어디로 띄워
가고,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 정세 변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29일(현지시간)빌 클린턴을 공식 지명한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고령-무기력-비전결여의 보브 돌에 대한 인기격차를 더 벌려뜨리는데
확실히 기여했다.

극적 계기가 없는 한 돌의 클린턴 추월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대회의 각광으로 보면 공급경제이론의 기수, 레이건의 킹메이커
잭 켐프가 러닝메이트로 등단한 샌디에이고의 공화당 대회가 오히려
상징적이었다.

왜냐 하면 적자축소의 챔피언을 자처해온 돌 후보가 그에 모순되는
15%의 조세삭감론자 켐프를 포용하지 않을수 없을만큼 공화당, 아니
전미국이 당면한 과제의 심각성이 거기 잘 반영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어떤가.

F D 루스벨트의 뉴딜, 존슨의 위대한 사회등 복지지향적 진보성향은
당의 전통이고 유산이다.

그럼에도 이미 클린턴을 이민-소수민족-빈민가정에 대한 정부지원 대폭
삭감에 몰아넣은 미국의 조류는 과연 어떤 새 세기를 맞으려는 의도인가.

나아가 올 미국 대선에서의 최대변화는 19세기 이후 정착돼온 양당정치
틀을 허물려는 흐름이다.

94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대패시켜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국익우선 폐쇄지향은 시민에 당혹감을 안겨주고 결국 민주 공화
양당에다 제3의 개혁당이 가세, 노선의 혼돈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득표에 다급한 나머지 각 당은 정책간 충돌-부조화는 물론이고
대외정책에서 우방에 대한 고려나 인류차원의 비전은 하순위로 격하하는
대내지향에 오로지 자국의 당면이익만 집착하는 고립주의 색채를 더해가고
있다.

그 경향은 더 강화된 민주당의 대외 시장개방 강령이나, 외국지휘관 휘하
미군파병 금지로 나타난 공화당의 정강에 집약되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변화는 굴뚝산업 퇴조에 따른 이민노동력 불요, 확대일로의
빈부격차와 사회불안 가중에의 대비인 동시에 적자 축소를 위한 경쟁력
강화 대안모색임을 우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축소지향 정책들이 그런 목표에 과연 적합한가와 함께 견제세력이
없어진 오늘 미국의 자만이 균형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낳는다.

공화당이 북한에 대해 경수로 지원중단등 종래 클린턴 정책을 뒤엎겠다는
강경노선을 표방, 불안감을 주고 있고 반대로 민주당이 어제 한반도안보에
확고한 공약을 내건 것은 70년대 카터 민주당정권의 철군과 정반대 현상이다.

그런 눈앞의 이해보다 이민의 나라, 기회의 나라, 민주화 선도의 미국
전통이 좁은 시각의 집권경쟁에 휘말린 나머지 신고립주의, 적자국에
개방압력을 가하는 무뢰로 타락하지 않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