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 힘든 산행을 왜 나서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이때 나의 대답은 이렇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경치, 육체적 정신적 시련 뒤에
오는 성취감과 안락함, 이 모든 것이 나름대로 독특한 향기를 풍기며
산을 찾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대목동병원 산악회는 병원이 생긴 다음해인 94년 5월 직원들의 친목과
화합을 위해 결성된 여러 동우회중 하나다.

병원 역사만큼이나 연륜이 짧은 산악회지만 이제는 걸음마를 벗어나
무려 63명의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어떤 동우회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 선출된 제2기 임원진의 열의로 산악회는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다.

유감스런 것은 필자가 바쁜 탓에 산행이 있을 때마다 자주 참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산행을 참석하지는 못해도 회비는 꼬박꼬박 내고 있다.

필자와 산행 일정에 늘 좋은 조언을 해주는 감사 김영호 총무과 계장를
제외하고는 모두다 짝없는 외기러기 신세다.

이들은 결혼했음직한 나이임에도 "오! 솔로미워"만을 외치고 있을뿐
자신의 인생 진전에 별다른 기미가 없다.

최기숙 (원무과) 채정미 (간호과) 부회장, 서동춘 총무 (임상병리과),
이웅진 회계 (경리과) 등이 그들이다.

올가을엔 싱글신세를 면해야 할텐데.

산악회 63명의 회원중 산행때마다 참여하는 골수회원은 10명정도.

많을 때는 40명정도 참여하지만 평균 15명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한달에 한번 정도 총 18회의 산행을 나갔다.

가깝게는 북한산, 멀게는 지리산까지, 당일 1박2일 3박4일의 일정으로
전국의 여러 산들을 섭렵해나가고 있다.

어떤 때는 아침부터 비가 내려 일정을 취소하자는 의견도 분분했으나
폭풍같은 열정으로 산행을 강행했다.

결국 정상에 올라 뿌연 안개속에서 비와 땀에 젖은 동료의 얼굴을 보며
나눠먹던 주먹김밥과 김치는 얼마나 맛있었던지. 올해는 우리산악회에
어울리는 이름을 하나 지었으면 한다.

그동안 산이 주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주워 내려오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볼까 한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즐거움을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이대목동병원
산악회를 만들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