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전국 6대도시의 시내버스 임금교섭이 20일새벽 극적으로
타결됨으로써 동시파업의 위기를 넘기게 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서울시의 경우 이날 타결된 기본급 7.9%, 상여금 50%포인트 인상은 지난해
인상률과 비교할때 기본급에 있어 1.2%포인트 높다는 점에서 노조측은 파업
이라는 극단적 수단의 동원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수 있다.

사실 이번 교섭은 지난해와 달리 파업예정 이틀전까지 각 사업조합측이
지방자치단체의 버스요금 인상시기와 인상률이 불투명하다며 협상안조차
내놓지 않았고 노조도 최초의 협상안을 고집, 결렬될 소지가 커 보였다.

그러나 결국 노사 양측은 시민들을 볼모로 한 파업은 양측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는 공통된 인식하에 합의점을 찾아냄으로써 3개월에 걸친 임금
교섭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버스 임금교섭에서 노사양측이 보여준 협상정신이 올해
임단협상을 앞둔 산업현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영계와 정부는 올해의 노사관계를 "긴급사항"으로
취급 할만큼 우려의 눈으로 보아온게 사실이다.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이 경영계와 정계를 발칵 뒤집어놓은데다 지난해말의
전국민주노조총연맹의 출범에 따른 노동계의 분열상 및 오는 4월의 총선등이
서로 맞물려 노사관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어두운 전망은 노.사.정의 노력여하에 따라 극복되지 못할
것도 없다는 희망적 관측이 최근 대기업들의 잇단 노사협상 타결과 이번
버스 임금교섭의 타결로 한층 밝아졌다고 하겠다.

특히 대기업들이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5.1~8.1%) 최저선인 5.1% 안팎에서
순조롭게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고 있음은 실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20일 현재 LG전자.반도체.화학과 삼성전자.전관.전기및 연합철강 동부제강
남해화학등 굵직굵직한 회사들이 무교섭으로, 또는 정부 가이드라인 최저선
안팎에서 임금교섭을 타결지었다.

특히 포항제철은 지난 2월14일 일찌감치 정부가이드라인보다 훨씬 낮은
3.0%인상으로 임금협상을 끝냈다.

국내의 대표적 제조업체라고 할만한 이들 대기업들이 예년보다 적어도
한달이상 빠르게, 그것도 선거를 앞둔 마당에 안정적 수준에서 임금협상을
타결짓고 있다는 것은 우리사업장도 이젠 임금일변도의 협상관행을 벗어나
있는 조짐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마침 재정경제원이 분석 발표한 "제조업 임금수준의 국제비교"를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체 근로자의 임금비중은 1인당 국민총생산(GNP)의 대만의
1.2%와는 물론 미국 일본등 선진국보다도 월등히 높다.

생산성을 앞지른 만큼의 임금상승은 그 자체가 경쟁력약화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지금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삶의 질 향상이란 것도 생산성이나 경제력을
초월한 임금인상에 의해 달성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올해 임단협상에서 노사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