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록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세계 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에는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경제권이 미국과 독일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지역의 경제협력과 관련하여 특정 지역 또는 특정 자원의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협력 프로젝트 외에도 역내 국가들의 상대적인 경제발전
정도와 산업구조에 근거한, 보다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경제 협력 체제
구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의 경제협력의 예로 중국 자동차 산업을 살펴보면,
93년 현재 중국은 1백40만대 규모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0년까지
3백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내의 생산능력을 2배로 증가시켜야 하는데 현재 중국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외국과의 다양한 합작이 불가피하게 된다.

철강산업도 유사한 예이다.

중국은 93년을 기점으로 1억t이 넘는 철강 수요를 보유하여 세계 최대의
철강 소비국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계속돼 2000년까지 내수가 1억4천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수증가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현재 8천4백만t 규모인 생산
능력을 4~5년내에 추가로 6천만t을 증가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볼때 국내 업계의 투자 전략 수립에는 동북아 지역의 역동적인
경제 성장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분석하여 대처할 필요가 있다.

가령 자동차 생산이나 철강및 석유화학과 같은 기간산업에 관련된 투자
문제에서도 현재의 국내 시장만 보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향후 세계 시장,
특히 동북아 지역 시장을 포함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과거 석유화학 과잉투자에 대한 시비가 있었으나 중국의 수요 증가로
인하여 오히려 공급 부족 현상을 경험한 사실은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이 지역 기간산업의 발전과 수요 증가에 부응하는 산업 구조를 갖추는
일이 앞으로 동북아 지역의 고도성장에 따라 우리도 동반 성장을 할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