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발표된 새로운 교육개혁안의 내뇽 중에는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평가항목으로 늘어났다.

순수한 동기에서 행해져야 할 봉사활동이 자칫 점수를 따기 위한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흘러 봉사활동 본래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된다.

경기고등학교 시절, "향토반"이라는 교내특별활동 서클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우리 향토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곤
했지만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갔다오는 농촌
봉사활동이었다.

열흘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 여름의 따가운 햇볕아리서 함께 땀
흘리며 새활했던 동문들간의 연대감은 남다른 것이었고, 아마도 이것이
2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 모임을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가된다.

농부가 밭을 경작하듯, 우정을 갈고 키운다는 의미의 "경우회"는, 63회
심재식 선배(보훈병원 산부인과 과장,전 인의협 공동대표)때 부터 시작된
선후배와의 만남이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이어져 현재 72회까지 약 30여명
의 선후배 동문들이 일년에 대여섯 차례 만나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시골 막걸리 처럼 털털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것은,
타고난 심성도 있겠지만,고등학교 때 농촌봉사활동을 갔다 온 것이 이러한
성격 형성에도 일조를 하지 않았나 필자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 회에서 특별한 행사는 하지 않지만, 회원 중에는
사회봉사활동을 활발히하는 동문들이 있다.

앞서 말한 심재식회원 외에도 고한석 인제대 교수(전인의협 학술위원장),
이정희 외대 교수(유엔협회 사무총장),이원영 변호사(노동과 건강연구회
대표)등이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하여,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주요 멤버로는 토론 말미에 명쾌한 결론을 내려주는
양승태 이대교수, 최근 증권회사를 사직하고 개인사업을 시작한 조광호 사장,
냉철한 판단으로 감정에 치우치기 쉬운 사안들의 결정에 조타수 역할을 해
주는 조해섭 판사, 오랜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박완수 대우전자 이사,
저술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김병만 회원, 김희도 현대오디오 사장, 양현억
소아과 원장, 김상윤 외무부 과장, 현재 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창우
우베상사 사장, 김홍주 인제의대 교수, 정상경 군종법사, 민원기 치과 원장,
정경재 대영의원 원장, 전동렬 명지대 교수, 정일 외무부 사무관, 이선복
서울대 교수, 농장을 경영하는 이병호 회원, 최강윤 고속철도 건설공단
연구총괄 팀장, 백창훈 판사, 총무를 맡아 수고하는 신창윤 공인회계사,
전문성 유공해운 과장 등이다.

미국에는 장문국, 허구생회원이 역사학박사 학위 과정중에 있으며, 개인
사업을 하는 윤주천사장, 김윤배 일리노이 주립대 경제학 교수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