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보그(Cyborg.인조인간)를 만드려는 인간의 꿈에서 출발한 컴퓨터기술
덕택에 인류사의 한 장이 새로 열리려하고 있다.

바로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란 말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모두의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한 세계를 가리키는 용어다.

해외 매스컴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등장하다시피 하는 이말을 모르고서는
이제 생활이 곤란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과연 사이버스페이스란 무엇인가.

이는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사회를 바꿔갈 것인가.

사이버스페이스의 본질과 특성을 여러각도에서 조명해본다.

< 편집자 >
=======================================================================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

이는 종래 인류가 맞닥뜨렸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숫자로 이루어진 가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얼른 와 닿지는 않지만 드러나 보이는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힘든 것 만도 아니다.

간단히 말햐면 현재 지구상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그물처럼 엮인 통신망상
에 접속된 컴퓨터군으로 정의가 가능하다.

기업체 내부나 대학구내등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도
원시 사이버스페이스의 한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또 각종 정보가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국제적인 온라인 서비스망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기존의 사회구조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충격을 몰고 오는 의미에서의
사이버스페이스는 인터넷에서 한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이 인터넷은 지금까지만해도 전세계 1백59개국 통신망과 연결되어 앞으로
여타 컴퓨터네트워크를 포괄할 능력이 있어 전지구 차원의 거대
사이버스페이스로 등장할 가능성이 짙다.

사이버스페이스의 정의는 간단하지만 이의 모습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물론 전기.전자적으로 형성되는 0과 1이란 숫자가 연출해내는 그 모습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불가능하다.

보통의 경우, 개인용컴퓨터(PC)의 모니터화면이 사이버스페이스를 느낄 수
있는 통로라 할 수 있다.

이 모니터의 화면은 물 바깥으로 드러난 빙산과도 같은 사이버스페이스
실체의 일부를 지각하도록 해주고 있는데 이의 형태는 이용자의 수준, 취미
등에 따라 질적, 양적으로 달라진다.

지금까지 전 지구적인 사이버스페이스형태에 가장 접근해 있는 인터넷을
예로 들어보자.

여기에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호주,일본등 전대륙에
산재해 있는 여러나라의 행정부및 산하기관,대학,연구소,기업등에서 4백만-
5백만대의 호스트컴퓨터를 접속시켜 놓았다.

이 호스트컴퓨터는 슈퍼컴퓨터급의 큰 것에서부터 PC수준의 작은 것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져 수록된 이 정보의 상당부분이
인터넷 이용자들의 화면내용을 이루게 된다.

정보는 문자로 되어 있는 것 만이 전부는 아니며 그림이나 사진, 움직이는
영상도 있다.

따라서 모니터등을 통해 접해볼 수 있는 화면은 방금 인공위성으로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으로 보내진 한 유성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어는 기업이
공개한 영업보고서이거나 프랑스에 있는 유명대학의 도서열람실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이란 이름의 이 사이버스페이스 주민은 전세계를 통털어 5천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들 모두가 "상주인구"는 아니며 호기심에서 한 두번 들렀다가 이
"도시"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떠난 일시적인 방문객도 포함돼 있어 상주
하다시피하는 인구는 2천만-3천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디지털세계의 잠재력은 놀랄 만하다.

등록 주민수가 최근 급증세를 나타내는 것은 제쳐두고서라도 종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실험되고 실현되기 때문이다.

사이버스페이스의 존재는 이제 더 이상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남은 과제는 이의 등장으로 인한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