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 예고됐던 서울 부산등 6대도시 시내버스업계의 노사가 임금협상을
대타협으로 마무리한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올해의 시내버스 임금협상은 여느해와 달리 극한 투쟁이나 공권력의 발동
없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민의 발을 볼모로 고율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과 태업을 되풀이해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쳐왔다.

그러나 올해는 3개월을 끌어온 지루한 협상을 당초 우려와는 달리 합리적
으로 타결한 것이다.

이번 시내버스 임금협상의 원만한 타결은 올들어 노사관계의 새로운 지평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룩된 귀중한 첫 성과라고 할수 있다.

무엇보다 타협과 양보정신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상타결 하루전까지만 해도 사용자측의 기본급 4.2% 인상안과 노조측의
12.4% 주장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8.2%"의 간극은 도저히 좁혀질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날 하룻동안 노조측은 3차례나 수정안을 냈고 사용자측도 2차례나
인상안을 변경하는 성의를 보인 끝에 6%대의 저율로 협상을 타결했다.

이는 지난해의 타결률 7%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가경제를 위해선 임금및 노사관계의 안정이 중요할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협상 당사자들이 깊이 인식한 결과라고
본다.

시내버스 노사가 협상타결의 공을 상대방에게 돌리며 서로의 노고를 위로
하고 있던 순간 국회의장 공관과 여당 부의장 자택에서는 1주일을 끌어온
"억류정국"이 끝내 경찰력의 투입으로 파탄나고 있었다.

툭하면 물리력으로 해결을 시도하는 정치권에도 시내버스 노사의 협상정신
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이번 시내버스 노사가 보여준 성숙된 협상태도가 본격적인 임금
협상시즌을 맞은 올해 산업현장의 노사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

올해는 노.경총간의 중앙단위 임금합의가 노총의 거부로 사실상 어렵게
됨으로써 단위사업장은 임금교섭의 준거조차 없이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노.경총이 각각 독자적인 임금인상안을 제시했고 정부가 곧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중앙단위 노사의 합의를 거치지 못한 인상안이
준거로서의 효력을 가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단위사업장 노사가 이번 시내버스 노사처럼 상대방의
입장과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협상자세만 갖는다면 올해 임금협상도
그렇게 우려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